손가락의 살점들을 잘 뜯어내니 칼날이 드러난다
심장의 정원 한복판
푸르게 떨고 있는 식물들이 간혹 꽃을 피운다

지시의 기능이 사라진 손가락의 빙하
냉동 미라로 간직된 내 사랑을 열어보는 이가 아직 없다
은폐된 음지의 이름이 섬뜩하다
칼날이라는 이미지는 드러남을 통해 나를 가두었다
갇힌 나를 읽고 지나가는
감각에 주인들은 소리의 진동만으로 나를 다른 이미지의 세계에
버린다

빙하 속에서도 내 손가락의 칼날은 피를 흘린다
너무 오래 쌓은 냉각의 낙엽들은 그 부피에 대한 상처만으로
뜨거운 것을 가지고 있다

나를 바라볼 때
-모른다-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는
-안다-를 나누어 주고 싶다.

이 글을 쓴 정욱채씨는 부산외대 역사학과(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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