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왜 이렇게 삶보다 졸리는 걸까요?
나른한 오후 당신의 집 앞으로 느리게 기어갔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당신의 낮잠이 방해되지는 않았나요?
당신의 집과 가까워질수록 자꾸 졸음이 달아납니다
인간들처럼 꽃다발을 먹지 않는 당신을 위해, 선물로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주운 썩은 생선을 물고 왔어요
썩은 생선에게서 나는 죽음의 향기가 지금 내 생에도 나고 있다는 걸
당신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당신을 사랑하다는 것은 당신을 위해서 보이지 않게 죽어가는 일이니까요
뭐, 어떤가요?
바닷가에서 환생하여
당신을 위한 싱싱한 생선을 준비해서 찾아가면 되니까요
가끔씩 주인집 주방을 뒤적이다가 혼난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아름다운 걸요
비 오는 날 당신의 발바닥 털에 묻은 진흙마저도요
당신의 집 앞에 다다르면 어떻게 기다릴까요?
흰 배를 드러내놓고 갸르릉거리며 당신이 나올 때까지,
해가 져서 다음 해가 뜰 때까지 있을까요?
당신의 집 대문을 생쥐를 움켜잡던 발길질로 긁어서 소리를 낼까요?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사랑할 때 내던 밤늦은 울음소리라도 낼까요?
지금 제 가슴에서 나는 심장 소리를
썩은 생선에 저장이라도 해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한 입씩 생선을 뜯을 때마다
제 심장 소리도 당신의 가슴으로 들어가겠죠
들으신다면 소리는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에요
당신이 야옹거리며 웃어주신다면 그 순간은 저의 것이겠죠
너무 깊이 잠들어 계신 건 아니죠?
썩은 생선을 물고 …… 당신의 집 앞이네요

이 글을 쓴 정욱채씨는 부산외대 역사학과(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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