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이 예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양만 풍성한 게 아니다. 응모작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선 솜씨를 보여주었고, 소재나 주제 또한 다양해졌다. 십여 년 이상 서사의 내리막길을 걷던 기성문단에도 올 들어 변화의 조짐이 역력하다는데, 응모작들을 보면서 그 변화가 우리 삶의 저변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게 아닌가, 잠시 즐거운 기대에 부풀었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불황의 여파 탓인지 가난과 그에 따른 가족의 해체가 가장 흔한 소재였고, 그밖에는 어떤 경향을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다. 서사는 되살아나고 있으나 아직 서사에 걸맞는 주제의식을 제대로 심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응모작 대부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최종심에 오른 것은 조영석의 ‘필살기’와 조연미의 ‘라라의 미용실’. 김연실의 ‘굿모닝 깡통’, 세 편이었다. ‘라라의 미용실’은 독특한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문장 등의 기본기가 제대로 닦여있지 않아 탈락했지만 후일을 기약할 만한 재능이 엿보였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필살기’는 능숙한 이야기 솜씨와 재기발랄한 문장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채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신문을 돌리는 한 소년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굿모닝 깡통’은 일상의 흔한 소재를 자본과의 대결구도로 끌어올리는 데서 범상치 않은 통찰력을 읽을 수 있었다.

무인경비시스템과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경비,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문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된 신문배달부 이야기는 무소불위의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며, 비극적 상황을 농담 혹은 가벼움으로 지나치는 결말은 요즘 세태의 정확한 반영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비극을 비극으로 인식하지 않을 때 진정성이 설 자리가 어디인가, 씁쓸하게 돌이키게 했다. 고지식한 정면승부를 기대한다.

이 글을 쓴 정지아씨는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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