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신문의 효시인 `중대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1947년
9월1일, 건국 초기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대학언론의 사명을 지고 첫호를
내놓은 이래 반세기의 연륜을 갖게 된 오늘 우리는 가슴 뿌뜻한 자부심과
감격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이 연륜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점에
서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변화는 대학의 성격을 많은 부분에서 바꾸고있다. 대학에서의 교육이
`폭넓은 교양인(敎養人)'을 키우는 데서 `전문지식인'을 배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고, 대학졸업자의 사회진출이 힘들어짐에 따라 개인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자기중심 경향 또한 90년대 들어 더욱 뚜렷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와 대학의 급속한 전환기에 대학신문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조화'라는 보편적 규정 이외에 `사회비판을 통한
현실참여'활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왔던 대학신문으로선 변화에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지 이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신문의 내용이 시대와 독자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벼운'
시대에 경각을 일깨우는 일 또한 언론의 중요한 임무이다. 거개의 제도언론이
독자의 감성적 취향에 편승한 기사를 양산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대학신문도 구독률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론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대학내에서 대학신문은 거의 독점매체나 마찬가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독점매체의 위험성은 그 소속집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커질 수 밖에 없
다. 우리 대학은 지난 한 학기동안 재단과 문제로 인해 적지않은 진통을 겪
어왔다. 이번 학기에도 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계속되리란 추측은 그리 어
렵지 않다. 재단교무위원의 상당수가 교체되고 학내문제의 진원지였던 메디
칼캠퍼스의 건설본부장도 새로 임명되었지만 재단문제가 쉽게 사그라 들 것
같진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언론에 대한 기대와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언론이 자신의 `중심(中心)'을 뚜렷이 가지고 있지 않고선 적
절한 대응이 힘들다는 점에서 대학신문의 부담은 클수 밖에 없다.

대학간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학내 구성원간의 대립이 날카롭게 지속되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선
좋은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학내 구성원이 진정으로 대학을 사랑하고
우리 대학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의 갈등과 위기는 오히려 대학발전의 밑
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간 50주년을 맞는 오늘, 중대신문은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而道遠)'는 말의 의미를 실감한다. 대학신문의 효
시로서의 자긍심에 걸맞게 대학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신문으로 계속 기
억될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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