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바쁘지 않으면 서명 좀 해주세요.”

지난 며칠간 캠퍼스에서 골프장 건설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던 미산리 주민의 목소리는 나약하게만 들렸다. 이는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주민들의 전체 목소리가 아닌 개인의 외침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겨우 500명 남짓한 미산리 주민들의 미리내 성지 인근 골프장 건설 찬·반론을 보고 있자면 한 주민이라는 일체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작년부터 골프장 건설업체는 미리내 성지 주변 골프장 건설을 계획 중에 있다. 이미 8개의 골프장이 들어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성시는 시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또 하나의 골프장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체에서는 입지 선정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천민자본주의를 내세워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골프장 내 상가 임대에서 유리한 입지를 약속한다거나 한 가구당 적게는 5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까지 보상해 주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미산리에는 기탁금도 준다는 것이 건설업체의 조건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고 천주교측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미리내 성지로 향하던 중 지나친 미산리 마을 입구에는 두 개의 상반된 현수막이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골프장 건설 추진 위원회가 만든 ‘골프장 건설 적극 추진하자!’라는 현수막이었고 또 하나는 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대책 위원회가 만든 ‘골프장 건설 결사반대!’현수막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골프장이 세워질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문화재 파손, 식수원 오염, 환경오염, 복지시설 폐쇄, 산사태 피해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생태계 파괴는 경제적 보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전북 부안군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과 관련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미산리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환경파괴를 고려하지 않은 건설업체의 처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 취재를 하는 내내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골프장 건설 추진 위원회’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의 뜻을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눈 앞의 작은 이익만을 쫓다 보면 더 큰 것을 잃게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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