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소위 ‘작품’이라고 포장되어 있는 문학적인 글들을 읽을 때, 우리가 공감하게 되는 것들 중 하나는 ‘자아’에 대한 깨달음이나 발견, 혹은 이를 위해 구도의 길에 나서는 주인공들의 자아 탐색의 과정이다.

비록 이러한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의 여정이 현실 속의 우리의 모습과 거리를 두고 있을 지라도, 그들의 모습을 체화하는 읽기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담겨있는 구도자적 심성을 발견하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1987, 우리에게는 『상실의 시대』로 알려져 있다)이나,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1970), 그리고 최근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1988)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아 정체에 대한 탐구이다.

그런데 최근 특히 『연금술사』에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느꼈던 것은 이러한 자아 정체성 탐색에 대한 작가들의 반복되는 시도들을 우리들이 어떠한 감수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있다.

이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철저한 아류적 속성이나 통속성으로 비판받기도 하며, 작품 속에서 나열되는 경구들에 매료된 저명 인사들의 평가 등에 의해서 옹호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떠한 시대적 사명이나 관점을 수용하고 추구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반복되는 경구들과 어울렸을 때 발생되는 자기최면의 효과일 것이다. 이는 하루키의 작품에서처럼 냉소적일 수도, 바크나 코엘류의 것들처럼 더없이 낭만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것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는 근대 문학 작품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며, 또한 그 복잡성과 시대적·국가적 현실에 고뇌하고 탈출을 결심하는 주인공 스티븐 디댈러스의 모습을 통해서 현실과 맞부딪치는 자아의 고뇌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 스티븐이 경험하게 되는 현현의 순간과 작품을 통해서 나타나는 의식의 흐름은 황망한 현실의 조국 아일랜드를 탈출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지게 되며, 비록 이러한 자아 탐색을 위한 탐색의 과정이 국외자의 소외된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모순이 존재함에도 진정한 자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탐색의 과정으로 보여진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이후의 많은 작가들에게 파급시킨 영향력은 지속적이며, 모더니즘 시대의 관심을 넘어 꾸준히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자아 탐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조이스의 작품 이외에도 현실적인 사회와 대응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는 주인공을 다루는 작품은 꾸준하게 출판되고 있고, 그 기법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관들을 통해 우리의 삶에 자양분이 되는 요소들을 발견해 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쓴 박용준 씨는 영어영문학과 강사를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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