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관은 국가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 교육기관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오래전부터 대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육의 질을 양성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대학평가는 그 일련의 과정중의 하나로 매우 중요하다 할수 있겠다. 이번 학술 기획에서는 한국의 대학평가의 현황과 부족한점 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대학평가는 대학에 대한 가치판단이며, 학과평가(교육프로그램평가라 함) 및 기관평가를 의미한다. 대학평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대학의 질을 개선하거나 대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학평가의 목적이 무엇이든 평가결과가 공개되면, 그 타당도 및 신뢰도에 관계없이, 대학의 위상, 신입생 모집, 졸업생 취업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제화?개방화로 국가의 발전이 대학의 질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 각 국은 대학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재로 대학평가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0여년 전부터 대학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교육부가 실험대학평가, 전국 대학을 양적지표로 일괄적인 조사차원의 대학평가를 시행하였다. 1980년대에는 대학 자율화의 강화로 교육부의 대학평가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되어 양적지표와 질적지표를 함께 적용한 대학자체평가와 현지방문평가로 구성된 대학종합평가제도로 전환되었다. 1990년대에는 대학종합평가가 대학평가인정제도로 전환되면서 평가결과가 사회에 공개되었다. 그 결과, 대학평가인정제도는 대학 및 일반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대학평가인정제도를 계기로 중앙일보사의 대학평가, 한국전문대학협의회의 전문대학평가인정제, 교육부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사범계열평가인정제 등이 추진되고, 초중등학교평가 및 교육청평가 등 각 분야에 평가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교육기관의 효과성 및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대학평가의 절차는 대개 대학자체평가활동과 현지방문평가활동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개별 대학이 평가편람에 근거하여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활동으로 대학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두고, 후자는 대학평가 담당 기관에서 대학에 대한 보상을 결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자체평가보고서의 내용을 확인 검증한다. 개별 대학이 대학평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평가보고서를 잘 작성하여야 한다. 대학의 질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자료를 충분히 확보?반영하지 못하면 평가결과는 좋지 않게 된다. 따라서 평가항목별로 학생, 교수, 직원 등 구성원 전체가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여 자체평가보고서에 반영되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그것이 대학간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고 대학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천문학적인 대학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우수한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방문평가활동도 합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평가결과에 근거한 ‘불인정’ 혹은 ‘최우수’와 같은 등급의 부여는 개별 대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 대학평가정책에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평가의 전문성을 높이자. 우리나라 대학에는 고등교육학 전공이 없고, 체계적인 대학평가자 훈련프로그램도 없다. 의사는 의학을 전공하고 실습을 거친 다음에 인체를 평가하고, 법관은 법학을 전공하고 실습을 거친 다음 재판을 한다. 대학에 대한 가치판단도 대학체제 및 대학평가의 전문적 자질을 확보한 다음 시행되어야 한다. 대학평가업무를 담당한 기관의 평가능력을 평가, 인정하는 미국과 같이, 대학평가 담당 기관의 전문성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소수의 연구원 및 행정직원이 외부 교수들에 의존해서 단순 업무로 대학평가를 관리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둘째, 대학평가의 비전과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자. 외국의 경우, 5~7년간 연도별 평가 대상을 공시하고 평가항목들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대학들이 평가를 대비하면서 질을 체계적으로 개선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평가 직전 연도에 대상을 결정?공개하고, 평가기준을 황급히 만들어 대학에 통보한 즉시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질 개선 노력을 어렵게 한다. 대학이 투자를 보다 많이 하고 질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 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대학평가정책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취지인데 말이다.
셋째, 대학평가정책의 이념과 방향을 명확히 하자. 교육활동을 가족의 사적인 일로 보는 미국, 캐나다 등은 모든 고등교육정책에서 자율화를 추구하고, 대학평가제도도 개인이 대학 선택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질적인 인정여부를 사회에 공개하는데 초점을 둔다. 교육활동을 국가의 책임으로 보는 유럽국가들은 고등교육을 국가가 관리하면서 대학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재정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평가정책은 국가의 고등교육정책 이념 및 관련정책들과 조화를 이루고 궁합이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 외국에서 적용되는 좋다는 대학평가모형을 다 참고하고, 추구하는 이념이 모호하다보니 전자와 후자 모두가 시행되는 잡탕이 되고 있다.
넷째, 개별대학의 개성을 존중하자. 미국은 대학기관평가인정을 6개 권역별로, 교육프로그램평가인정을 40여개 관련 학문단체가 분담하여 시행한다. 많은 대학을 대상으로 하지만, 개별 대학이 추구하는 목적에 근거하여 질을 평가하고, 모든 대학이 필수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교육기능에 초점을 둠으로써 100여년 동안 안정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별 대학의 목적에 관계없이 모든 대학에 교육기능, 연구기능, 사회봉사기능 모두를 평가한다. 대학의 기능분화 및 특성화정책과도 상치되고, 개별 대학의 목적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학체제는 자체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질을 정비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섯째, 평가결과를 공개하기 위해 평가결과의 타당도 및 신뢰도를 높이자. 평가항목의 수가 지나치게 적고, 평가준거별 평정등급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평가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성적 평가지표에서 평정지침이 모호할 경우 평가결과는 평가자에 따라 달라진다. 측정의 정확성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는데, 이러한 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학평가 결과는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평가결과의 공개는 그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보된 다음에 하는 것이 대학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이다.  
대학평가제도는 대학의 질을 개선하는데 매우 유용한 기제이고, 대학 진학 예정자가 대학을 선택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학평가정책은 고유의 철학에 근거하여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형태로 대학발전에 보다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수립되어야 한다.

 

이 글을 쓴 권기욱씨는 대구대에서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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