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무대조명 속에 한 여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손가락질하고 여자는 처량한 몸짓으로 관중들을 유혹한다.

“내려오지마, 내게 남겨진 작고 무서운 세상.” 여인의 입에선 사회를 향한 애처로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이어지는 격렬한 몸동작. ‘갈매기(The seagull)’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은 바로 ‘2004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홍대 앞 포스트 극장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5일까지 홍대 인근에서 펼쳐지고 있는 ‘2004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인디萬발’이라는 주제로 7년째 이어지고 있다. ‘프린지’의 사전적 의미는 변방 혹은 주변부를 뜻하지만 문화적 의미로의 ‘프린지’는 미래 지향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축제공동체를 의미한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적 기준에 의한 심사나 선별과정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예술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이점이 있다. 홍보담당 조수정씨(․32)는 “관객들에게 제한된 예술작품에서 벗어나 여러 장르의 독립예술을 스스로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리”라고 ‘프린지 페스티벌’을 설명했다.

 젊음의 열기가 한창 고조된 축제 7일째인 지난달 26일, 여성들의 아름다운 춤과 음악이 어우러져 한여름밤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댄스 구락부’ 공연이 프린지 광장에서 펼쳐졌다. 특히 ‘인영사모(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인도춤 공연에서는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자리가 마련되어 생소한 인디문화를 함께 공유하며 즐기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와 같은 무대예술제 외에도 ‘2004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라이브 음악축제 ‘고성방갗, 미술전시축제 ‘내부공사’, 아시아 독립영화 상영제 ‘암중모색’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날 예술문화는 영리추구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자본과 예술의 결탁은 대중이 상업적인 문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만큼은 다르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선택할 수 있으며, 비록 그것이 생소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처음에는 쟤네들 뭐하는건가 하며 무표정하게 쳐다보시는 분들이 나중에는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모습이 참 뜻깊은 것 같아요”라는 자원봉사자 안혜정씨(22)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자유로움과 색다른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곳, 그래서 지금 홍대앞은 어느때보다 즐겁고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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