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다양함을 목격하면서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어느 한 단면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더 이상 어떤 통일된 무엇인가를 바라기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해체와 분열, 즉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그 가운데 공유할 수 있는 가지들을 따라 연결된다.

우리가 말하는 명작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양상은 마찬가지인데, 샤롯 브론테의 대표작인 ꡔ제인 에어ꡕ(1847)는 주인공 제인이 가부장제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나, 또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위상,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로맨스까지의 모습이 흔히 읽혀질 것이다.

20세기를 거치면서 ꡔ제인 에어ꡕ를 읽는 시선은 프리즘처럼 확산된다. 대표적인 것은 제인 자신의 여성, 즉 당시의 관점에서 볼 때 이른바 라깡 식의 ‘타자’개념에서 파악하고,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저항하고 독립하여 자아를 찾아 나서려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 가라앉아 있는 당시 계급의식의 문제나 교육, 자본, 산업화 등의 문제들은 이러한 문제와 결부되어 관찰할 수 있다.

한편 여성적 시선을 통해 우리는 탈 식민주의적인 관점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문학에 반영되는 대부분의 이론들의 지향점이 기존의 정전화된, 즉 권력화되고 고착되어 있는 시선들을 해체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는 여성의 타자화와 그 이면에 담겨진 타자에 대한 굴절된 시선들과, ‘술탄’이나 하녀 버사 메이슨 등을 통해 교묘하게 코드화되었던 자기 모순적인 비서구문화에 대한 우월 의식 등, 권력화된 식민 담론들을 비판하는 역사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진 뤼스의 ꡔ드넓은 사가소 바다ꡕ에서 버사의 시선으로 패러디되어 읽혀지기도 했다. 한편 독특한 것은 ꡔ제인 에어ꡕ를 동성애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한 거친 시선은 한편으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부장적인 사회인식 속에서 결혼이나 종속적인 여성으로서의 각자에 대한 이기적인 관계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이타적인 관점에서 제인 에어의 성장과정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성적인 구분을 떠나 이들은 함께 동시대를 호흡하는 인간의 존재로 서로를 이해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궁극적으로 각자의 삶을 읽어내려는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판적이면서도 자아 성찰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박용준씨는 문과대 영어영문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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