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만 해도 한류(韓流)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생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언론을 비롯하여 많은 곳에서 한류라는 단어가 빈번히 쓰이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국어사전에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인식으로 볼 때 한류는 타국에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기회로서 가슴한쪽이 뿌듯해지는 일일 것이다. 과거 중국에 이어 근대 일본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는 외세의 침략과 식민화를 겪은 한국은 모처럼 만의 해외 진출로 잔뜩 들떠있는 듯하다. 그러나 들뜬 마음 너머로 우리가 미처 지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한류열풍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6년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가 중국에 수출되어 큰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후 한류열풍은 타이완,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전반에 걸쳐 확대되어 갔으며 최근 그 범위가 일본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한류의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으며 외래 문물과 접하는 빈도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활발한 문화 교류로 동남아시아에 비해 빠르고 열성적으로 서양을 익히고 치열하게 식민화 되어갔다. 이제 한국은 우월한 경제적 위치를 이용해 자신들이 겪은 식민지 경험을 동아시아에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서구 자본주의에 입각한 오리엔탈리즘이 동아시아의 무대에서 한국에 의해 재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에서도 한류열풍이 불고 있어 새롭게 주목해 볼만하다. 한국보다 높은 경제적 수준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한류열풍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사실 90년대 일본경제는 내수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장기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매스미디어 산업은 위축되어 공백영역이 발생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공백을 일본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값싼 한국 드라마로 메우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의 공중파를 타게 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한류 열풍은 연예 프로그램에서만 다루어주는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서구 중심적 제국주의와 거대 자본주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한류 열풍에 대한 근시안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본질을 비판할 수 있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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