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6주간의 섬머스쿨을 위해 뉴욕대학에 다녀왔다. 미국 동부지역인 보스톤, 뉴잉글랜드 등 각지에서 온 미국학생들과 우리나라에서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생들이 참여해 공동 수업을 하였다.

서울에서 간 학생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처음 2, 3주간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지도교수인 미국인 제리 프라이어(Gerry Pryor) 교수님은 한국학생들이 영어를 잘 이해하는지 그렇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각 학생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하며 책(영어 원서)을 읽어 오는 과제와 촬영 과제를 내주는 등 첫 주부터 수업을 빡빡하게 진행시켰다.

일주일 후 학생들을 만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중요한 전시가 있으니 보고 오너라고 했더니 제리 프라이어 교수님의 과제가 너무 많아서 전시회에 갈 시간이 없다며 학생들은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다.

내가 넌지시 농담 삼아 과제 한 번쯤 안 해가도 괜찮으니 좀 쉬면서 하라고 해도 어떤 학생은, “역시 뉴욕대학은 등록금이 비싸서 그런지 수업량과 과제가 너무 많아 처음 올 때 생각했던 관광 계획은 완전히 취소를 해야겠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미국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싫다며 밤을 새어서라도 과제를 충실히 꾸려 좋은 발표를 하겠다”고 말해 내심 참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 중 특히 영어가 부족한 한 학생이 사진 과제를 발표하였는데 미국인 교수님은 그 학생의 부족한 영어실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시고, “사진의 표현력이 우수하고, 발상이 너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그 학생은 전체 학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아 너무 기뻤다며 첫 수업을 들을 때와는 달리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렇게 6주가 쏜살처럼 지나 평가과제전시회를 하던 날, 나는 학생들에게 또 다시 질문을 했다. 미국교육이 한국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인 것 같으냐고. 한 학생이, “미국교수님은 한국교수님들에 비해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찾으려고 여러모로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한, “시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너는 양질의 교육을 받고 싶으면서도 왜 지난 봄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서는 그 현실성을 무시하고 학생들과 반대시위만 했느냐?”고 되물었다. 그 학생은 풀이 죽은 듯 본인은, “지난 봄에는 어쩌면 친구들을 따라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 너는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면 그런 식의 시위를 또 할 수 있겠니?”라고 했더니, “훌륭한 시설에 양질의 교육만 받을 수 있다면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해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남겼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필요충분한 등록금 인상이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해 어떻게 재투자 되어질 수 있는지를 그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통해 몸소 체험한 그 학생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체질적 거부 반응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느끼는 부가적인 수확도 거두었으리라.

지난 여름이 6주 동안 뉴욕대학에서 썸머스쿨을 지낸 학생들은 각자가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세계속의 자신의 존재감. 그리고 미국교수님에게서 배운 중요한 것 하나, 이제 누구라도 만나면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해 주는 것을.

이 글을 쓴 임영균씨는 예술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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