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나이키 신발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네슬레 커피를 마신 후 암웨이 칫솔과 치약으로 이를 닦는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입고 마시는 것들 대부분이 초국적기업의 생산품들이다. 우리가 미처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의 상업전략을 인식하기도 전에 그들은 치밀한 방법으로 생활 전반을 지배한다.

유엔은 초국적기업을 ‘두 개 이상의 국가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정의하였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초국적기업은 크게 농업, 임업, 식품산업, 광업, 제조업, 에너지산업, 관광산업, 의약품산업 등 광대한 분야에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들을 다른 각도에서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에 뻗친 초국적기업의 영향력

『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거대기업을 기존 틀에서 벗어나 어두운 이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초국적 기업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사회, 경제, 문화적 영향과 기업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국적기업의 활동영역 중 의약품산업에서의 행동은 주목할만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 중 가장 비극적인 일은 치료를 위해 먹은 의약품에 초국적기업의 상업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빈민들 중 특히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풍부한 식품섭취가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 이런 병을 값싼 비타민·무기질 복합제 알약 하나로 해결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텔레비전과 광고판에 나오는 그럴싸한 선전에 설득당해 초국적기업의 약품을 선택한다.

기업들은 값싸고 안전한 예를 들어 아스피린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종사자와 상류 소비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이렇게 판촉과 광고에서부터 지극히 상업주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인도적 기부약품 알고보니 폐기물

그 거대한 기업들은 ‘인도적’인 행위를 표방하며 제3국 국민들의 건강을 다시 한번 위협한다. 보스니아 모스타르시의 경우, 1995년 말에 340톤가량의 기증된 약이 저장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전으로 크게 타격을 입어 약이 급하게 필요했지만 저장되어 있던 약은 너무 오래되고 위험했다.

1995년에 한 항생제 용기에는 ‘1962년 6월까지 사용할 것’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1950년대에 생산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기부된 약은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폐기물과 같은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행하고 있는 의약품 기부는 순전한 이타주의로 비춰질 수 있으나 급박한 상황의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이런 식으로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NGO들은 그들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국제윤리강령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독일에서는 200개 NGO들의 네트워크에서 ‘BUKO 제약캠페인’을 통해 불합리한 약물을 회수하고 비윤리적 마케팅전략을 바꿀 것을 초국적기업에 요구했다. 그 결과 의회에서 의약품 수출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인류는 전 세계 초국적기업들이 행하는 비인간적인 활동을 간과해 왔다. 거대기업들의 양면적인 이미지 마케팅과 광고전략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묵인하고 지나친 사이 개발도상국의 자본과 자원을 그들이 삼키고 있는 것이다.

이윤과 윤리의 반비례 법칙

지금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곳이라면 초국적기업의 투자와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전지구화, 민영화, 자유화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을 끌어들이고 그들로부터 외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런 식의 투자정책은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개발도상국에 전가시키고 그 결과 가난한 자들은 고통 받게 된다.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 주주 모두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 초국적기업의 권력남용을 막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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