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UN이 정한 ‘쌀의 해’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8억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으며 한 시간에 무려 4천여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 세계적으로 18억톤 가량의 곡물이 생산되는데 소비되는 양은 19억톤에 이른다. 그 부족분은 그 동안 쌓아두었던 재고량으로 채우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전체 곡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다국적 곡물기업에 의해 쌀가격은 끝을 모른 채 계속 오르고 있다.

먹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꼼짝없이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쌀의 해는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9%, 쌀을 제외하고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안전하다고 믿었던 우리의 식탁에 표백제 섞인 중국찐쌀이 올라오고 불량만두니 발암성분이 검출된 다량의 수입농산물이 들어오면서 ‘과연 무엇을 믿고 먹을 것인갗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9개국과 쌀관세화유예협상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협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협상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쉬쉬하며 국외를 떠돌며 국민의 생명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먹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조차도 철저히 외면당한 채 협상단 몇 명에게 우리의 목숨을 내맡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농업은 우리의 식탁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농업을 지키고 쌀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이며 또한 우리나라의 국민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가 걸린 문제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상품가치가 없다는 명분으로 농업의 희생을 강요했던 근 몇 년간의 정부정책으로 인해 농업은 몰락하고 농촌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우리가 생산하는 우리의 농산물은 우리의 식탁에서 절반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당장 값싼 외국 농산물이 들어오면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외국의 다국적 곡물기업에 의해 장악된 농산물 시장에서 우리의 식량을 우리가 안정적으로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의 먹을거리는 위협받을 것이 너무 뻔하다. 이미 80년대 냉해와 기상이변으로 인해 쌀생산량이 소비량에 미치지 못하자 외국에서 사오려고 했던 정부는 기존 가격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들여와야만 했다.

식량주권은 자국의 국민의 손에 쥐어져 있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다 귀중한 국익은 없다. 국민이 없고서야 어디 국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생활 속의 우리 쌀을 지켜내고자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의 농업을 지키고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을 쓴 김황경산씨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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