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는 주민들과 경찰이 엉켜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불과 국방부가 평택으로 미군 기지를 확장·이전할 뜻을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날 열렸던 공청회에서는 더 들어볼 것도 없다며 공청회 진행을 완강히 거부하던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다 주민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공청회가 사실상 무산된 지금 평택시 해당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미군기지 확장 이전 구역으로 선정된 지역 중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를 찾아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바람에 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면서 여기가 과연 미군기지이전문제로 떠들썩했던 곳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은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 마을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땅은 내목숨 끝까지 지킨다’

대추리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한참동안 시골길을 내달렸다. 가는 동안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택시기사 변 모씨는 “당연히 반대죠. 주말만 되면 미군들이 시내로 쏟아져 나오는데 지나가면서 괜히 차 본네트를 툭툭 치고 지나가요. 무서워서 감히 화도 못 내겠고….” 말끝을 흐리는 변 모씨의 얼굴엔 찹찹한 심정이 역력했다. 또한 그는 미군기지가 확장될 경우 더 많이 발생할 범죄와 아이들 교육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발표

대추리 마을에 도착한 뒤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노란바탕위에 검은 글씨로 ‘미군기지 결사반대’를 써넣은 깃발들이었다. 이 깃발들은 집집마다, 길 곳곳마다 걸려있었다. 넓은 논 들판 위 한글자씩 줄지어 꽂힌 깃발 속에 쓰인 ‘우리 땅은 내 목숨 끝까지 지킨다’라는 문구가 이 지역 농민들에게 지금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인근 마을을 둘러보던 중 작업장에서 절단작업을 하던 할아버지들을 만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을주민 임창렬씨(64)는 “우린 결사반대야. 평생 농사만 지으면서 살아왔는데 딴 데 가서 뭐먹고 살라는 거야. 억만금을 준다 해도 난 나갈 수 없어. 못나갚라고 목청높여 말했다.

주민반대 거세 … ‘제2의 부안’ 우려

또한 옆에 있던 윤 모씨(55)에게서 마을의 숨겨진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마을에 살고 있는 인구 3분의 1 정도가 1951년 6·25전쟁 중반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미군들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변에 터를 잡고 꿋꿋하게 버텨왔고 지금 또다시 미군들은 이들에게서 삶의 터전을 뺏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특별법에 따라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그 보상금액이나 수준이 워낙 미미해 다른 곳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싫은 듯 윤씨는 말문을 닫았다.

이번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지금,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호성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34)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확장이전 된다면 효순이·미선이 사건과 같은 참사가 또 일어날지 모른다”며 “미군관련 범죄 증대에 대한 우려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절대 미군기지확장은 안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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