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면서 좀 논다는 형들과 모두 친해졌다. 담배로 내 생활은 바뀌었다. 조금이나마 착했던 내가 완전히 변한 것이다. (학생 일기 중에서)

▲ 담배에 대한 도덕적 옳고 그름의 과잉은 오히려 짜증스럽다. 담배는 그냥 몸에 나쁜 것이다.
담배를 둘러싼 한 가지 기묘한 게임은 그게 탈선한 청소년의 신분증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담배는 종종 어린시절 호기심으로 한두 번쯤 빨아보게 된다. 그러다 콜록거리고 이런 걸 왜하나 어른들을 원망하기도 하는데 그때까지 담배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것은 한편으로 반항의 징표로, 한편으로 탈선과 망가짐의 징표가 된다. 여기 학생은 그걸 피면서 자기가 나빠졌다고 하고, 노는 형들과 친해졌다고 한다. 아마 이 학생은 선생님들의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혔을테고, 스스로 그걸 과시하고 즐겼을 것이다. 담배는 반항하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싸움을 벌일 때 사용하는 언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학생들에게 담배하면 떠올리는 단어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그것은 “죽음, 폐암, 냄새, 나쁜 짓, 술, 구석, 성, 여자, 폭력배,” 등 아주 부정적인 언술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멋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일탈의 멋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 건강과 관련된 것은 아주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도덕적인 탈선과 연관짓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생각해보면 청소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탈선과 연관지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담배를 둘러쌓고 어른들이 받아들이는 심각함은 건강을 넘어서 결코 해서는 안되는 아주 사악한 무엇이 된다.

그것은 저지르는 편에서나 그것을 반대하는 편에서도 도덕적 금기를 깨버리는 행동이 된다. 그래서 그것은 싸움거리가 되며, 어른에 대항하고 싶은 아이들은 우선 담배를 꼬나무는 것으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들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도발을 알리는 봉화불과도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도발을 위한 그런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구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어른들이 만들어 낸 것일까? 나는 여기에서 그것을 만들어낸 쪽이 어른이라는 편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은 덜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상 어른 앞에서 담배를 무는 것은 아주 무례하고 불손한 행동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니까 그것은 일종의 어른이 누리는 권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아이들의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 아닐까?

괜히 그 아이들의 건강만 상하게 말이다. 나는 담배를 꼬나물고 어른놀이에 감행하는 그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그런 도덕적 옳고 그름의 과잉이 짜증스럽다. 그냥 담배는 몸에 나쁜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