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무더위라고 했던 지난 여름,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은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생계비, 그 적정수준에 대한 실증적 검증 없이 ‘높다 낮다’는 식의 공방만 있는 상황에서 최저생계비가 보장해주는 생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경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지난 7월 11명의 체험단은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제대로 씻을 곳 하나 없는 재래식 화장실이 딸린 집에서 한 달을 보냈다. 월세는 최저생계비가 책정하고 있는 주거비보다 비쌌고, 한달간 돼지고기 한번 제대로 밥상에 올리지 못할 만큼 식단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체험단이 경험한 최저생계비는 아끼고 아껴도 한달을 나기에는 모자란 금액이었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죽지 않을 정도’인 말 그대로 ‘최저생존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짧은 한 달을 보낸 체험단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최저생계비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선정기준이자 급여기준이며, 경로연금과 장애수당 등 정부의 복지제도 운영의 기준선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수급신청자의 소득평가액이 최저생계비보다 1원이라도 많으면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고, 수급자로 선정되면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급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체험의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최저생계비의 수준 자체가 너무도 낮다. 단적인 예로 현행 최저생계비는 4인가족을 기준으로 1년에 단행본 1권, 아이들에게는 1년에 인형 1개와 장난감 자동차 1개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도 최저생계비는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할 뿐, 필수품의 질적 수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라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빈부격차의 심화로 빈곤층이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수급자수는 오히려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 비수급 빈공층의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체험단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주민이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이나 소득, 재산기준 등의 비현실적인 제한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5년만에 처음으로 최저생계비의 실제계측이 이루어지는 해이니 만큼 지난 5년간 크게 벌어진 최저생계비 상승률과 일반가구의 생계비 상승률의 격차를 줄이고, 최저생계비를 반드시 현실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벼랑끝 빈곤층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언제까지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근로의욕 상실’이라는 해묵은 논리로 최저생계비 인상에 반대할 것인가? 지난 7월 한달 간의 하월곡동 생활은 빈곤문제가 시혜가 아닌 인권의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글을 쓴 전은경씨는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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