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며 시작된 국보법 철폐논란은 헌법재판소가 국보법에 관해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쟁점화 되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당·정 협의를 통해 국보법 폐지로 당론을 정하자, 한나라당을 비롯한 사회 원로인사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 이념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원로인사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였으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기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며 연일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국가보안법 폐지는 전혀 근거없는 주장일까.

◆국가보안법은 합헌판결이 내려졌으므로 개정 및 폐지를 해선 안된다?=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이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자체가 불필요한 법이므로 입법절차를 통해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국보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야만적인 법”이라고 평가한 후, “국보법이 정권 유지에 악용된 사례와 통계 자료는 인권단체, 언론 등을 통해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며 국보법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했다.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한나라당을 비롯한 국보법 존치론자들은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간첩을 처벌할 수 없을뿐더러 이적표현물이 범람하여 국가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보법 폐지가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들어주는 행위라 비판하며 대한민국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인 박래군씨는 “지난 9일 시국선언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독재정권 시절 한자리씩 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한나라당은 국보법이 마치 국가안보의 수호신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형법으로 국가보안법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간첩활동, 국가전복을 꾀하는 행위를 비롯한 반국가적행위는 형법으로도 충분이 처벌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형태 변호사는 ‘국보법이 만들어지고 난 5년 후에 형법이 만들어졌다’며 ‘자체적으로 완결성이 있는 형법만으로 국보법에 있는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며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국가안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 빨갱이다?=국가보안법은 1948년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본 따 제정되었다. 그러나 국보법 범죄의 내용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아 공안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국민을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인해 국보법은 그간 독재정권의 인권탄압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감사는 “국가보안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한들 여전히 주관적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 지적한 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인권침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소지”가 있다며 조속한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박래군씨는 “개정이 될 경우 국보법의 독소조항이 옮겨 붙을 소지가 매우 크다”며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반드시 폐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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