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정일상씨는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박사 2차)을 전공하고 있다.
흰토끼, 트럼프 왕국의 여왕과 카드 정원사,  가짜 거북이 등. 이들은 누구나 읽었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등장인물이다. 루이스 캐롤(1832-1898)은 작품의 모델인 앨리스 리델과 자매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이 작품은 동화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우리도 어린 시절에만 이 작품을 읽고 그것을 기억한다.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보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 신체의 변화를 겪기도 하고 기묘한 동물들과 만나는 등 많은 사건들을 경험한다. 각 사건들은 즐거움을 주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의 아동문학이 기독교적 도덕성을 위한 교훈적인 작품이 주류였기 때문에, 이 작품은 이단아적 요소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수동적 아동이 등장하는 작품들과 달리, 앨리스는 현실과 비현실 공간을 넘나들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모험에 참여한다. 더 이상 도덕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사전의 예상이나 사후의 가책 없이 사건을 즐긴다.

한편 이러한 동화적 요소 외에도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바쁘다 바뻐’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흰토끼는 도시인과 샐러리맨을 풍자하고, 빙빙 도는 것이 전부인 코커스(정당원들의 모임)경기를 통해 정치인들의 허망한 정치를 비판한다. 무식함과 과격함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공작부인은 허위의식에 빠진 중산계급을 대표한다.

당시 모자 제조업자들이 모자 재료인 팰트를 처리하면서 사용된 수은이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사례를 모자장수로 표현하면서 노동조건의 현실을 풍자한다. 빨간 장미 대신에 흰 장미를 잘못심어 흰 장미에 붉은 페인트칠을 하는 카드 정원사들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공무원들의 풍자로 읽힌다.

언제나 ‘저자의 목을 쳐라’고 외치면서 독재를 일삼는 여왕은 왕을 쥐고 흔들며 치면 이기는 크로켓 경기를 즐긴다. 이러한 요소들은 앨리스를 아동을 위한 동화에서 사회 풍자 소설로 확장한다.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동, 과학의 발전,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요구, 종교적 권위의 위기 등 불안정한 사회현상을 경험한다. 당대인들은 정통적인 신앙을 버리고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상한 나라는 당대의 문제점들을 상상의 세계 속에 그대로 반영하고 풍자하는 하나의 장이다.

 여기서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 즉 식량(기아와 영양실조), 자본주의(물질숭배/돈), 노동, 계급에 관한 문제를 비롯하여 종교적 신념의 붕괴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실존문제) 등이 등장한다. 비록 상상의 세계이지만, 사회 현실 반영은 아이들이 앞으로 거쳐야 할 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며, 그에 대한 판단은 아이들 혹은 독자의 몫이다.

이 글을 쓴 정일상씨는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박사 2차)을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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