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으로 종교적 강요를 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 자유의 의미가 '종교로부터'로 바뀌고 있다. 종교 강요를 받는 배경을 살펴보고 진정한 종교적 자유의 의미를 알아보자(기독교 안에는 개신교와 카톨릭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보통 개신교에 제한을 두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기사에는 중대신문 기획부는 기독교의 의미를 역시 개신교에 한정한다).             <편집자주>

 대학원에 재학 중인 C씨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이 하나 있다. 때는 어언 8년 전 대학 입학 식날, 친절히 접근하는 한 선배에게 순순히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게 실수였다.

이후 몇 년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던 전화와 편지, 수업이 끝나는 강의실·기숙사 앞에서까지 기다리던 선배, 억지로 따라가 예배드리던 그 예배당, 아직도 생생하다. 마음 약한 그녀. 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캠퍼스를 걷다 붙들리고 만다.

 교내의 포교활동은 이처럼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그에 따른 학생들의 불만 또한 줄지 않고 있다. 특히 포교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포교방법에 있어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다가와 방해를 하는 등 정도가 심해지자 학교 게시판 등에서도 심심찮게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볼 수 있다.

 이에 중대신문사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양캠 200명을 대상으로 교내 포교활동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봤다.

거절해도 소용없어 불쾌감 조성 44%

 설문에 참여한 학생의 73%는 포교활동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교내 포교활동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행동이므로 ‘제한해야한다(52%)’는 의견이 ‘그들의 자유다(29%)’라는 응답보다 많아, 교내 포교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또 활동의 수위에 대해서도 지나쳐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나, 어느 정도 적정 선의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교내 포교활동에 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설문 응답자 중 56%가 같은 종교를 믿고 있긴 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고,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의견은 7%에 불과해 포교활동의 방법에 대한 입장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부의 종교단체 활동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할 수 없더라도 교내 일부 종교관련 동아리의 지나친 포교활동은 자체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학기에는 1캠 총여학생휴게실을 이용하는 여학우들이 휴게실 안에서의 포교활동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몇 차례 총여학생회에 신고를 해, 종교 2분과 동아리( 개신교 관련 7개 동아리)와 학생회 대표들이 회의를 열어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미희 총여학생회장은 “포교활동과 관련해 여학생휴게실에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된다”면서 “현재, 휴게실 내에서 같은 내용으로 세 번 이상 신고가 들어오면 한달간 해당 학생을 출입금지시키는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몇몇 동아리의 지나친 수위의 포교활동 때문에 같은 종교의 타 동아리를 비롯 타 종교 관련 동아리 단체들까지 오해를 받거나, 안 좋게 인식되는 경우도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카톨릭 학생회장 박영민(공대 전자전기공학부 2)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이 공통의 목표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같은 종교 믿지만 "지나치다"

실지로 교내 포교활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자의 44%가 ‘거절해도 계속적으로 활동을 벌여 불쾌감을 조성한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꼽아, 강제적인 성격의 포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신체검사 때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하고 있는 일을 방해한다는 점이 그 뒤를 이었다.

 이경호 1캠 총학생회장(정경대 경제학과 4)은 “종교 동아리에서 포교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듯이, 학우들도 듣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자유고 존중되어야한다”며. “하지만 포교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권고 조치 이상의 제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오늘(13일) 종교동아리 포교활동에 관해 총여에서의 포교 금지, 거부 의사를 밝힐 시 더 이상 접근을 금하는 권고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자보를 게재할 예정이다. 

한편 1캠 동아리연합회 회장 권한대행 이국형(동아리연합회 문화국장, 공대 전자전기공학부 3)씨는 “동아리 연합회가 포교 활동을 벌이는 종교 동아리와 그에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 사이에서 자리를 마련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끈덕지게 따라붙는 포교자와의 공방은 캠퍼스 안에서 하루에도 수십차례 목격되고 있다. 지리한 밀어내기 공방이 아무리 일상이 되었다지만 ‘도서관 가기가 무섭다’는 한 학생의 말에는 어느 정도 생각을 달리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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