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버리고 어딜 가서 살라고….”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자 지역주민들은 막막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듯했다.
마을 주민들은 당국의 일방적인 처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잦아질 미군범죄·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보다 걱정했던 가장 큰 문제는 생존권이었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평택지역 주민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울부짖으며 지켜내려 했던 땅은 자신들의 한평생을 쏟아 부은 논, 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며 살아온 이들에게 삶의 기반이 되어왔던 그 땅을 버리고 나가라는 것은 그들의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아예 짓밟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권력은 지극히(?)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을 정당화 시키고 있다. 이들의 전제 속에는 나라 전체, 즉 대를 위해 소쯤은 희생되도 된다는 식의 논리가 깔려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나라가 정작 힘없는 국민들에게 보호는 커녕 생존의 위협까지 주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책사업이란 명분으로 국가가 사회적 약자들을 짓밟고 내몰았던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가 국민들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국가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국민들을 더욱더 소외시키고 철저히 짓밟는 기관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누구의 생존권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고 누구의 것은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 국가는 그럴싸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힘없는 소수자들의 권리를 짓밟아선 안된다.
분명 국책사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국민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는 있는 자들의 권리를 더욱 지켜주려 힘쓸 것이 아니라 없는 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형편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화려한 국책사업 이면에 생존권까지 위협 받으며 비탄에 빠져있는 이들의 고통이 드리워져있다면 그 목적과 결과가 어떠하던지 간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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