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의류시장에는 여성스러움을 한껏 강조한 페미닌(feminine)스타일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로맨틱 룩이 유행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요즘 한창 불고 있는 신데렐라 신드롬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신데렐라 신드롬에는 무엇보다 방송 매체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파리의 연인, 풀 하우스, 황태자의 첫사랑  등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의 플롯이 신데렐라 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물론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예쁘고 착한 여성이 돈 많고 잘생긴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게 된다는 스토리에 지나친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가 자칫 가난하지만 예쁜 여자들이 돈 많고 멋진 남자를 만나 인생을 펴게 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나 역시 이들 드라마를 즐겨 보았지만 가끔 드라마 속에서 여성을 상품화시키고 여성들의 자립의지를 과소 평가하는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굳이 여자배우가 가난한 역을 맡고 남자배우가 돈 많은 역을 맡아야만 했을까? 그 반대가 될 순 없었을까? 물론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들은 나름대로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가난한 여성이 돈 많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구성 자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약자, 남성=강자”라는 인식을 갖게끔 한다는데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런 신데렐라 신드롬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자칫 현실감각을 잃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드라마를 단지 드라마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함으로써 현실과 혼동하게 한다면 곤란하다. 물론 드라마 속의 일들이 꼭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 심취한 나머지 주변에 돈 많고 잘생긴 남자, 가난하지만 예쁜 여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선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온갖 멋있는 대사, 근사한 장소, 기막힌 타이밍, 거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선남선녀들을 모아놓는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말 것! 우리가 현실에 충실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면 자신이 찾던 자기만의 왕자님,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영화 속처럼 말이다.

이 글을 쓴 조은진씨는 문과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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