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용호동, 상도동, 성북동 등 서울시 곳곳에서는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명목 하에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전혀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 공사를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당 철거촌 주민들은 농성을 벌이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용산도 예외는 아니다. 용산 철거촌에 대한 철거작업은 이미 90%가 진행된 상태이며 몇 세대 가구만이 쓸쓸히 남아 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편집자주>

▲ 용산 철거현장 3
용산 철거촌 일대는 부서진 건물들과 난잡하게 어질러진 가구들로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도로 주변의 상점들 역시 유리창이 모두 깨진 상태였으나 그 옆에는 깨끗한 간판의 부동산만이 그 자리에 남아 대조적인 모습을 이루었다. 

 황량한 철거촌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보니 골목사이로 비닐을 씌어놓은 조그만 막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막사 옆 전봇대 위에 ‘용산동 5가 철거민 대책위원회’라고 씌여진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막사로 들어서서, 힘든 상황 속에서 미소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x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막사에는 생가를 강제 철거당한 유현미 용산동 5가 철거민 대책위원장을 비롯하여 총 13세대가 거주하고 있었다. 유 대책위원장은 용역깡패들이 강제 철거를 단행하던 그때의 일을 생생히 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용역깡패들이 쇠파이프, 각목 등으로 생가를 마구 부수고 주민들을 폭행, 여성들을 성폭행하며 나이든 어르신께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현재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세운 대책위원회 막사도 용역깡패들이 언제 마구잡이로 부숴버릴지 예측할 수 없는 위협 속에 놓여있는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용산 개발지역 주민들은 이주비용이란 명목으로 소량의 금액을 보상 받게 된다. 도로 가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의 경우, 보상으로 제시된 돈 850만원을 받고 가게를 비우기로 했다. 그는 다른 곳에 가서 정착을 하고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나 그나마 이 돈이라도 받고 나가지 않으면 강제집행당해 보상 한 푼 받지 못한 채 쫓겨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털어놨다.

▲ 용산 철거현장 2
실제로 강제집행을 당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철거당한 집은 6가구에 이른다. 주인 아주머니는 “20년 동안 가게를 꾸려오면서 개발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나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철거촌 주민들이 이주조건으로 받게 되는 보상금은 4인 기준 730만원이다. 거기에 1세대 당 300만원의 이주비용이 더해져 4인 기준 한 가구가 받게 되는 보상금은 실제적으로 약 1천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이것이 전부이다. 관련법 개정으로 세입자가 대다수인 이들은 임대아파트 분양권조차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새로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세입자가 아닌 가옥주에게만 주거대책비나 수용시설이 돌아가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유현미 용산동 5가 철거민 대책위원장은 “법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지,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법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며  한탄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급받은 보상금으로 어딜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역의 개발이 이루어지면 집값이 상승하고 월세와 전세값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높은 집세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이주하는 곳은 달동네 같은 낙후된 지역일 수밖에 없으며 이 지역 역시 향후 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것이 뻔해, 철거민 신세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현행 재개발법이 재개발로 인해 한번 보상을 받은 자에 대해서 7년 안으로는 지역개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가 없도록 되어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현실과 관련해 용산동 철거민 대책위원회에서는 개발이 이루어지는 동안 자신들이 머무를 수 있는 가수용 주택을 마련해 줄 것과 개발 후 정착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의 임대영구권을 요구하고 있다. 

▲ 용산 철거현장1
유현미 대책위원장은 “재개발을 계획할 때 세입자들의 의견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구청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후 “우리는 세입자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요구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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