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씨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함으로써 민주노총은 그 동안의 비대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틀을 짜게 되어 보다 체계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제2기 민주노총은 첫 출범에서부터 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진행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이를 빌미로 한 정리해고제의 무차별적인 시행, 경쟁의 논리에 밀려나는 노동기본권등 노동현실의 급격한 퇴보는 민주노총의 갈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실업자의 급증으로 인한 국민생활의 위기와 '허리띠를 졸라매자'라는 식의 노골적인 내핍의 강조는 기본권보다는 한푼의 돈을 더욱 중시하는 풍조를 만들고 있으며 기업의 생존이 인간의 생존보다 앞선다는 본말전도의 현상마저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왜곡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왜곡을 정의로 바꾸려는 노력에 보다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장 노동자와의 견고한 의사소통 구조확립과 권익보호 등을 통해 위축된 노조활동을 극복해야 하며 끊임없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또한 기업별로 흩어져 있는 노조의 통합을 통해 보다 조직적일 운동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기업들이 자행하는 불법적인 해고와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개별 노조의 힘만으로 이겨내기에는 사회적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지를 얻기 위해 현실 적응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는데 소홀히 한다면 지난 1월에 있었던 총파업 문제와 같은 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반 확보,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항할 노동자의 항체로서의 역할과 국민의 지지이라는 두가지 과업을 수행해 나가야 할 때이다. 경제위기라는 숨막히는 생존의 위기 속에서 민주노총에 거는 기대는 거센 자본의 횡포라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 희망을 낳는 연어의 심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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