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현재 서구에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불교에 대한 관심을 소개로 한
인도학자 슈만과 슈피겔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슈피겔:현재 서구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석가의 가르침이 오늘날에 이르러 서구에서 특별히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슈만:“쇠로 만든 새가 공중을 날 때, 불교는 서쪽을 향하고 먼 나라에 이르
게 되리라” 1200년 티벳에서 대승인 파드마잠브하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슈피겔:놀라운 예언이군요. 그렇지만 비행기는 벌써 몇 십년 전부터 대륙과
사람들을 연결했습니다. 헐리우드의 슈퍼스타들과 서구의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불교를 따르게 된 것은 바로 얼마 전부터가 아닙니까?

슈만:물론 이 현상을 예언이 이루어졌다거나 국제적인 항공 산업 혹은 동방의
이국적 느낌정도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물질이 과도할 만큼 풍족한 서구의
사람들에게도 영적인 욕구가 분명 존재하고,
이들이 특히 불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종교의 부드러운 느낌과
인내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슈피겔:예수나 모하메드 역시 도덕적 삶으로 이끈다는 점에서는 석가와 마찬
가지가 아닌가요?

슈만:모든 종교들은 높은 윤리적 가치척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 종교
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하지만 모든 종교들이 핵심에 있어서 동일하다라는
말로 종교들 간의 현실적인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독교인에게 신 없이 인생을 헤쳐가야 한다고 말해 보십시오. 석가는 누가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는지, 왜 창조했는지 하는 형이상학적 고뇌들을 해탈의
노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겼습니다. 또한 석가는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가장 원칙적인 것, 즉 불멸하는 영혼의 존재를 부인했습니다.

슈피겔:신과 영혼이 없이 믿음을 도대체 종교라고 칭할 수 있을까요?

슈만:불교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 이상의 것입니다. 목표가 윤회와 고해로부터
해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세계가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받지
않는 매커니즘, 즉 자원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세계를 극복하려 한다면, 자신을 동화시키고, 자신을 세계의
유혹들로부터 꿋꿋하게 지켜가야 합니다.

슈피겔:그렇다면 결국 세계의 부정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요?

슈만: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석가는 완전히 세계를 외면하는 종교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세계의 극복을 원했습니다.
불교 사상의 출발점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입니다. 세계에 존재
한다는 것은 노화, 질병, 이별 등 수많은 고통을 체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죽음과 더불어 끝나지 않습니다.
윤회 속에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형태로 그러한 고통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윤회가 통찰 가능한 매커니즘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선행을 많이 행한 자는 죽음 이후엔 더 편안한 존재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슈피겔:그것은 학교를 연상케 하는군요. 나쁜 학생은 낙제되고, 좋은 학생들
은 승급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졸업증명서를 받게 되지요?

슈만:고통의 근원을 인식해야 합니다. 탐욕, 증오 그리고 무지는 불교에
있어서 고통과 윤회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석가의 팔정도를 따르는
자, 즉 올바로 이해하고,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가고, 죽고,
회상하고, 자아를 버리는 자 만이 탐욕과 증오, 무지의 지양, 니르바나(열반)
로 인도됩니다. 흔히 말하듯 니르바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니르바나가 들어오는 것이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바로 불교의
해탈이 목표하는 상태입니다.

슈피겔:당신의 저서에서 당신 자신이 불교 신자가 되었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데요….

슈만:종교야 개인적인 문제이니까요. 불교는 분명 평생 나를 매혹시켰습니다.
그리고 나는 기독교적 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과연 모든 것을 지배하는 긴
곱슬머리의 신이 정말 있을까, 오늘날의 자연과학적 인식과 합치하는 완전히
다른 어떤 체계가 혹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크게 공감합니다.

배인섭 <독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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