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재벌해체와 양심수 석방문제가 초기의 강경한 입장과 대폭적인 규모에서 완화되거나 축소되는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양심수 문제는 정부의 개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 과제임과 동시에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한 현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몇몇 언론을 비롯한 보수주의 세력이 북한의 통일혁명에 동조한 '적'과 양심수를 혼동하지 말자는 논조를 가지고 현 정부의 대폭적인 양심수 석방 입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과거 안기부의 공작이 과연 어느 정도로 정치 음모적이었는지 정부의 대대적인 수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보적 인사와 재야정치인에게 가해지던 북풍의 올가미가 민주이념의 실현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좌익적 이데올로기로 몰아가는 정치공작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친북 인사로 보수우익에 의해 낙인 찍혔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 땅에 50년만의 정권교체가 실현되었어도 이념의 자유를 부정하고 사회를 옭아 매어온 보수주의 지배이데올로기의 교체는 아직도 요원하다.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있어 21세기 지도자로서 김대중씨를 선택한 이유는 수구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보수주의 발언과 행동을 세련되게 따라할 줄 아는 모습보다는 한평생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싸워온 그 강인한 의지에 있었다.

양심수는 석방되어야 한다. 이 사회를 불의의 오욕으로 이끌었던 두 전직 대통령이 국민화합의 차원에서 사면되는 마당에 그들의 폭정에 항거하여 싸웠던 이들이 아직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정부가 누누이 밝혀온 개혁의지의 실질적 내용에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자기 방어적인 이념적 규제가 남북분단의 군사적 대치상태 속에서 생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필연성에 기인하더라도 자기 방어적인 검열의 패해와 악용이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은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을 지난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양심수의 조속한 석방과 함께 과거 독재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아직도 갇혀 있는 우리 사회의 자유를 불어넣어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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