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대학자율에 맡긴다는 신임 교육부장관의 말은 경제위기로 인한 학내외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변화와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대학들에게 더욱더 심도 깊은 변화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대를 비롯한 각 대학들은 저마다 학생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학생중심의 대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선언의 배경이 등록율 하락으로 인한 재정악화의 우려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단지 시급한 위기의 탈출을 위해 실시하는 변화라면 그것은 겉모양의 변화에 불과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학교육과 학생중심주의로의 행정전환을 위해서는 높은 교육열과 학벌주의의 특수한 한국적 상황하에서만 존재 가능했던 종래의 왜곡된 대학 위상을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교육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만이 제공되었으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민주적인 소양과 자기계발능력의 상쇄를 가져왔다. 하지만 학생중심의 사고에서는 교육의 실질적 수혜자이며 재정부담인 학생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한 하드웨어에만 집중한다면 결코 중심의 전환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즉 개선의 중심에 교과과정과 의사결정의 민주적인 절차를 세우고 하드웨어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용으로 설정해야 한다. 대학이 서비스 마케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말은 바로 이런 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이 변화함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교육기관의 모습이며 이를 통해 민주적이고 양심적인 사회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존에만 급급하여 학문연구와 교육 본연의 임무를 가볍게 여긴다면 또 다른 생존력의 상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올바른 대학만이 올바른 국가를 유지하며 민주적인 대학만이 민주적인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대학이 학생들에게 속박과 규제의 공간이 아닌 내적 가치를 갖춘 민주와 질서의 공간이 되도록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