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앞으로의 개혁방향에 대한 첫 판단의 기준이 될 양심수 특별사면이 지난 13일 이뤄졌다. 전국 5백50만명에 대해 특별사면 및 행정처분 특별취소 2천여명 석방 등의 조치가 행해진 이번 사면은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조치라는 언론의 평가에 비해 사실상 허울좋은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화 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임기란, 이하 민가협)를 비롯한 각 인권운동단체들은 이번 사면조치에 대해 반박성명서를 발표하고 '김대중정부는 개혁의 첫단추를 잘못 끼운 샘'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가협에서 정부에 제출한 양심수 명단은 98년 3월 집계로 4백78명이었으나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된 인원은 74명으로 대부분의 양심수들이 사면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남한사회주의 노동자 연맹조직사건으로 구속된 박노해, 백태웅씨와 같은 대표적인 양심수들이 역시 '국가체제 전복 우려'자신의 사상을 바꾸지 않은 미전향수'라는 이유로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반면 장학로 전 대통령 부속실장, 이양호 전 국방장관 등 권력형 부정비리사건의 연루자들은 대거 석방되는 등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이 어느때보다 높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번 사면조치에서 석방된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서경원 전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형기의 80%이상을 복역한 상태에서 사면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형기의 2/3 이상을 복역하고도 사면되지 않은 많은 양심수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민가협은 13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사면조치 규탄대회를 갖고 '형평성 없는 조치'라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약 30여명의 민가협 어머니들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집회는 3*13 특별사면에 관한 성명서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민가협측은"김대중 대통령 취임 경축 사면조치가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건국이래 최대규모라고 하는 이번 사면은 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할 당시 석방된 양심수의 폭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40년동안 구금중인 세계 최장기수인 우용각씨(70)가 석방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원칙없는 사면을 비판했다.

또 최근의 북풍사건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양심수는 체제유지의 희생양이다. 따라서 이들이 전원 사면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요원한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3*13 특별사면은 권력형 비리사범을 사면시키기 위한 '구색맞추기'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사회운동진영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함께 김대중정부의 성격 역시 기존의 수구세력들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앞으로 새정부가 추진할 개혁들이 전국연합, 민가협 등과 같은 재야단체들의 힘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볼 때 이번 양심수문제의 원만한 해결은 그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양심수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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