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저예산으로 독특한 기법과 예술성으로 내용을 구사한 앨범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철저한 독립음반 형태로 제작된 '혼자사랑'이 실험성을 등에 업고 정면에 나섰다.

"남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게 꽃이 피고 저 혼자 지는 일 같습니다"('혼자사랑'중에서) 이것은 단순한 짝사랑 노래가 아니다.

실험적 음악에 뜻을 같이하는 '음악 수영자를 생각하는 모임(위원장:마도원)'은 전문음반 제작사들의 회의적 반응속에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도전을, 이들의 음반작업을 향한 애정인 '짝사랑'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전경옥씨.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 없지만 ,탄탄한 음악적 기량과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삶의 깊이를 소리로 담아내는 인간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작고가로 참여한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이건용 교수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화해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의 시대인 20세기에 엘리트 음악의 존재근거는 찾을 수 없음을 강조하는 이교수는 앨범의 수록곡들에 이러한 고민들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비판적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던 80년대부터 전경옥씨를 비롯한 제작성원들은 대중성에 예술성을 가미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에 휩쓸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는 오늘날 ,대학의 젊은 정신을'혼자사랑'에 담아낸 것이다.

이 앨범은 90년대의 현실에서 80년대를 기억하고 21세기를 지향한다. 그래서 80년대의 고민과 90년대의 회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랑이 모두 담겨있다. 대중가요의 범람속에 진정한 대학가요를 찾을 수 없는 요즘, 한편으로 이 앨범은 대학문화의 길을 보여준다. 정체성 부재의 현실 속에 서 '혼자사랑'은 대학문화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출시된 음반은 여러 면에서 다분히 실험적이다.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접목시켰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대중가요가 오락이 아니듯 예술음악이 엘리트 위주일 수 없음을 대중적 어법으로 풀어나간다. 이로써 우리 음악계에 '예술가요'라는 새로운 장르가 열렸다. 문화적 소외 계층이라 일컬어지는 성인들을 주 대상으로 만들어져 십대위주의 우리 음악계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둘째, 원작시를 노랫말로 삼고 있다는 것이 또하나의 실험이다. 대중가요에서 드물었던 현대시를 음악에 투영하여 노래시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외롭지만 한결같이 기다려온 만남을 준비하는 순수한 사랑을 욾고 있다.

마지막 실험은 독립 음반 형태의 제작방식, 전문 음반 제작사들의 회의적인 반응에 '음악 수용자를 생각하는 모임'의 회원들은 제작사없이 직접 음반을 만들었다. 소규모 콘서트등으로 후원인들을 모은 후 미리 돈을 내고 음반을 예매하는 방식으로 제작에 들어갔다. 말그대로 수영자가 만든 음반이 출시된 것이다. 이는 실험적 음악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생존 방식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이번 앨범작업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듯 하다.프로듀서 마도원씨는 "공들여 만든 진짜 앨범은 팬들이 먼저 알아 준다. 방송 홍보가 없어 폭발적인 인기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현재 반응이 좋은 편이다"라며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유통과정으로 연결되지 않는 다면 효용성이 없어진다. 우리 음반 시장의 창작음악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아쉬워한다.

한편 이 앨범에는 이건용 작곡가의 노래를 수치레 연주하고 자신의 앨범에 수록한 바 있는 가수 안치환과 송창식이 객원가수로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