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며 버리시겠습니까'

한번쯤 지하철 혹은 학생식당에서 이 광고를 보았음직하다. 뚝배기 같은 그릇에 몇천원 지폐와 동전이 담겨있고 수저가 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 광고다.

'녹생생활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UR·GR이라는 농촌환경 변화가 요구하는 환경친화적농업, 그리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인식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와 사료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곳이다.

현재 김포매립지가 앞으로 20~25년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할 때 우리의 쓰레기 문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인데, 음식물 찌꺼기를 연소할 때 나오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 그리고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침수물의 처치, 소각용 등은 여간 만만한게 아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 그들은 도시에서 음식찌꺼기를 별도 수집하고 이를 퇴비, 사료화해서 농사와 가축 사육에 이용하고 직거래를 통해 도시의 소비자에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도시와 농촌간의 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서울시 강동구 등 8개구 시범아파트 35개 단지(총2만5천 세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서 퇴비와 사료를 만들고 경희대, 서경대 등 몇 개 대학의 대학식당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를 활용하여 짬밥으로 직접 가축을 기르고 생산한 가축을 대학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공급되는 퇴비와 사료는 매우 우수해서 이를 이용한 농가에서 고품질 다수확을 거두어 호응이 높다고 한다. 바로 환경농업의 시작인 셈이다.

녹색생활협동조합 박창수 이사장은 가장 큰 어려움이 지역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주위의 비난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그 지역환경에 크게 누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이기주의, 님비현상으로 말미암아 무조건 민원을 들고 나오는 게 상례여서 민원처리에 가장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도적으로도 지금의 일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그가 실제 한낱 '무허가 폐기물업자'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도가 현실을 못따라가고 있는 거다. 실제 우리가 하는 일을 돌아보고 간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농촌 진흥소에서는 퇴비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두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95년 4월부터 이 일을 해오면서 그가 개정한 법만 3건이다. 97년 8월에 비료공정규격법을 그리고 지난 11일 농지관리법 개정내용이 입법예고 됨으로써 그나마 어려움을 덜게 되었다.

그가 이러한 어려움 곳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헌신하게 된 까닭은 대학교때 농경제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유기농법을 시도하면서 좋은 퇴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좋은 퇴비를 만들고자 했고, 이왕이면 그냥 버려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를 활용하고자 했다. 결국 농촌을 살리자는 농업운동에서 환경운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어려움이 많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공감대다 조금씩 넓어질 때 가장 큰 보람을 찾는다는 그의 또 다른 계획은 제도적으로 정식허가를 받고 공장시설을 완비해서 '시민교육의 장'으로서 환경타운을 건설하는 일이다.

그는 말한다. "환경의 부패와 사회의 부패는 똑같다. 환경오염은 부패의 척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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