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해 한국보도사진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고명진동문(서라벌 예대 사진학과 73년 졸)의 사진철학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기록하는 사진기자로서의 자리매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는 항상 '역사를 잉태'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으며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다 보니 '최루탄기자'라는 사진기자로서는 명예로운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진의 매력에 빠진 그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그의 재능과 열정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72년 대학미술전람회 사진부문 은상 수상, 74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 공보전 장려상 수상, 88년 세계보도사진전 3위 입상 등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수상경력은 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음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몇번씩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사진기자로서의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정의'를 앞세운 직업적 속성과 그것을 뒷받침 해주지 않았던 제도적 모순이었다고 한다."육체적 고통보다 괴로운 것은 '찍어도 나가지 않는 사진', '제도언론'에 쏟아지는 시위군중과 시민들의 질책이다. 그 질책은 최루탄과 투석에 의한 고통보다 더 깊이 방독면과 헬멧을 뚫고 들어와 우리의 질식시킨다." 어느때보다 민주화의 열기가 드높았던 87년의 어느날 그는 한국일보에 이런 자조적인 글을 실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주저하지 않았다.'역사를 기록'하는 본연의 역할은 묵묵히 해내왔던 것이다. 지면에 실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사진들을 모아 89년,그는 보도사진집 '그날 그거리'를 발간했다.84년부터 6년간 '현장'의 모습들을 담은 '그날 그거리'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기나긴 민주화의 여정에서 숱한 전설과 화제를 만들어 냈던 고명진 동문은 오늘도 후학들에게 말을 한다. 역사를 지키는 '현장지기'가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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