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바람을 가르고 한강대교 건너면…(중략)…힘차게 달려라 중대버스
84.”

84번 버스는 은하철도 999 노래를 개사해 불릴 정도로 중대 학생들에게 친숙
하다. 2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중대를 최종 목적지로 하여 달려왔지만 이용객
들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많이 약아져서 동전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그냥 타버리더라구. 나한
테 걸리면 뒷사람이 낼거라고 말하고는 그냥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야.

어른이 학생카드를 사용하는 얌체 족들도 종종 눈에 띄구.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도 태워 줄텐데 말야.”

버스 이용객들의 마음이 각박해진 만큼 기사 아저씨의 친절함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TV 광고에서처럼 깊이 잠든 나머지 종점에서도 내리지 못한 학생
에게 피로 회복제를 건네주는 운전기사 아저씨는 더이상 만나기 힘들다.

“버스가 정류장에 잘 안서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몰
라서 하는 소리야. 우리는 정해진 시간안에 종점까지 가야되거든. 안그러면 봉
급이 깎이는데 길이 워낙막혀야 말이지. 그러니 몇몇 정거장은 빼먹을 수밖에.”

시간에 쫓기는 손님들을 태우지 못해 생긴 미안한 감정을 쉼없이 막히는 서울
시내 도로사정 탓으로 돌려보기도 한다.

서울역을 비롯해서 창경궁, 돈암동 등 서울시내 주요장소를 두루 돌아 다니는
84번 버스는 수유리를 그 종점으로 한다. 종점 도착 후 10분 이내로 다시 운
행을 해야 할 만큼 버스 보유대수가 적지만 84번 버스 회사인 동아운행업체는
작년 하반기에 서울시에서 우수업체로 인정받았다. 기사 아저씨들이 일괄적으
로 맞춰입은 흰색 상의가 그 성과물이다.

올해로 버스 운전 12년째로 접어든다는 박인해씨는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대
학생이 도대체 왜그래? 여러사람이 같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데 남녀 학생들이
껴안고 앉아서 히히덕 거리고, 술먹고 버스 안에서 토하고. 한번은 한 학생
이 동전이 없다면서 1만원 짜리 지폐를 내보이는 거야.

너무 화가나서 내가 내리라고 했어.”이제 방금 종점에 도착한 이용건씨.

“방금 술취한 여학생 한 명 때문에 혼났어. 같이 술마신 친구들이 버스만 태
워주고 그냥 가버렸나봐, 정류장에서 내려주긴 했는데 잘 들어갔나 모르겠어.

요즘은 의리라는 것도 사라져버렸는지, 원.”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중대 스쿨버스라해도 과언이 아닌 84번 버스. 오늘도 학생들의 발이되어 힘찬
발자욱을 남긴다.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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