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문제를 지방적인 시각에서 해결하려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의 시도와 지역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의 참여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리더쉽과 자질을 갖춘 지방 정치인이 지방 정치를 이끌어야 하고 이를 수행하는 지방공무원의 자질과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지방정치인의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를 이유 없이 연기해 오면서 지방자치를 평가절하 시키고 그 의미를 왜곡하였기 때문에 유능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지난해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방행정이 개혁이 절실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작년 지방선거는 지방토후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수구세력을 대거 지방정치인으로 등장시켰다. 그리하여 지방정치인들은 주민 전체의 복리에 기여하기보다는 기득권 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수호하는데 치중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과식은 탈나, 나눠야 사는 법

또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위상회복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지방정치에 대한 주민참여제도가 정비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한계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육성하는데 대단히 인색하였고 오히려 지방자치를 억제하는데 치중한 결과 지방자치는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부족하고 재정적인 기반도 약하며 이를 수정할 인적 자원도 부족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정착되어 '아래에서 위'로의 국가발전과 정치적 통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지방자치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로, 국가 전체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지방법제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 구성될 정부 하에서 가장 큰 국가개혁의 과제 중의 하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간의 역할 분담이다. IMF로 상징되는 국가위기의 원인을 따져보면 국가의 대응능력 부족에서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대응력의 부족은 국가에 모든 권한과 업무가 집중됨으로써 국가의 과부하 상태를 초래했고, 국가는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국가 기능 마비증세의 한 단면을 보이고 있다.

국가가 통상, 외교, 외환 등 중차대한 문제에 노력을 집중했더라면 훨씬 잘 대응 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보여진다. IMF사태를 원만히 극복하고 앞으로의 국가 위기관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간의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는 생활의 큰 문제에 전념하고 생활의 작은 문제에 대한 것은 과감하게 지방정부에 맡겨 지방간의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

공동체 정신 깃든 지방정치

둘째로,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방법제가 개정되어야 한다.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정치체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민이 정치활동의 중심에서야 한다. 지방자치는 시민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체제로, 시민을 더 이상 단순한 행정급 부의 소비자로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제공의 동반자로 이해해야 한다. 지방자치 실시의 가장 큰 목적이 민주시민으로서 자각과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공동체 정신을 익히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정치교육에 있다는 점을 상기하여야 한다. 시민이 시민으로써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주민참여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지방법제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강조될수록 지방정부의 업무수행 능력과 여건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자원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시스템 하에서는 지방정부가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 지방 정부는 현재 권한과 재정 및 인물의 빈곤상태에 있다. 결국 이러한 지방 정부의 빈곤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지방법제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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