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의 견인차인 유로화의 출범이 올해 1월 1일부터 본 궤도에 오른다. 당초 전문가들은 유럽통화동맹(European Monetary Union: EMU)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던 각국 통화의 대 유로화 고정환율 유지와 재정적자 기준 떄문에 출범이 3~4국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작년 5월 2일 유럽 15개국 정상들이 브뤼셀에 모여 격론 끝에 프랑스와 독일 등 11개국이 유로화를 사용하고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총재로 네덜란드의 뒤젠베르그를 선임하는데 합의하며 유로화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유로화의 출범으로 대표되는 EMU은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에 많이 가해지는 비대칭적인 경기변동과 변동환율제하에서의 환율 불안정성으로 인한 화폐제약의 이완을 타파하려는 유럽의 공통된 요구를 반영하여 추진되었다. 전후 유럽통합의 시도는 다른 지역의 통합을 자극하여 그 결과 NAFTA, ASEAN, APEC등을 출범시켰다. 이것은 세계가 초국가주의에 입각한 지역주의로 실현되면서 지역별로 세계의 국제화가 진행되는 경향성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기실 유럽 근대사의 방향을 제시했던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는 세계질서가 이제 더 이상은 지탱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힘의 추동력은 물론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경제와 문화가 그렇지 못한 지역을 장악한다. 이 통합의 국제화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 같은 문화권 또는 같은 지역권 국가들과의 협력 내지는 통합인 것이다.

유럽통화동맹의 출범은 바로 이렇게 전지구적 경쟁자본주의의 산물로, 세기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미달러화중심의 일국체제에 대한 대항과 내외의 결속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유럽의 단일연방국가로의 1단계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각국의 민족주의는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단일시장과 화폐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연방국가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간 협약을 기조로 하는 정치적 연합체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일 것이다. 더욱이 유럽15개국 가운데 참가자격을 갖춘 영국, 스웨덴, 덴마크의 불참이 의미하듯,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의 양대축으로 요약되는 유럽통합의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하는 유로화의 출범은 11개국 2억 9천 1백만 소비자를 하나로 묶는 단일거대시장'유로랜드'의 출범을 예고한 것으로 역내 경제사정의 변화는 물론 세계시장에 일대 Q변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유로존은 이미 세계 GNP의 19.4%, 세계 외환거래의 18.6%를 차지하는 광역시장이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출범으로 야기되는 첫 번째 변화는 달러화와 벌일 기축통화로서의 경쟁적 기능이다.

현재 전세계 국제무역에서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결제비율이 47.6%에 이르는 반면, 독일 마르크화는 15.5%를 비롯해 유럽국가들의 화폐 결제율은 25%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의 등장과 함께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중 약 5천억에서 1조달러에 달하는 돈이 유로화로 전환, 유로화 결제 비율이 약4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교역 및 세계 자본시장의 주축이 되고 있는 달러화에 맞서 앞으로 유로화가 제2의 기축통화로 자리잡게 되면 유럽역내 국가들의 국제경쟁력은 크게 제고될 것이다. 조사연구에 의하면 단기적으로 EMU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0.5%이상 높아지고 반면에 미국은 그 간접효과로 0.2%의 성장률 하락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을 필두로 하는 블록화 경향성은 다른 지역의 블록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그에 따라 지역별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귀결점 즉 지역별 장기적인 생존능력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으며 확실한 것은 자본의 전지구적 지역별 세계화 경향속에서 분명히 초국가주의의 역사는 계속되고 또 시작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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