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세상살이가 늘 위기 아닌 때가 드물고 또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
론이 유행하지 않는 때가 드물지만, 오늘날 우리의 안팎은 유난히 개혁에 대한
논의로 분분하다.

바깥을 보면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이 위기를 극
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정치, 경제 개혁론이 무성하다. 또한 학교
안을 살펴보면, 최근 이슈가 되었던 모집단위의 조정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
양한 문제들에 대하여 여러 구성원들이 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고 앞으로
그 논의는 점차 활발해질 듯하다.

이와 같은 개혁의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필자는 모든 개혁의 문제들이 부딪치
게 되는 필연적인 딜레마의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모든 개혁작업이 숙명적
으로 안고 있는 딜레마의 문제들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인정할 때에 우리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첫째, 모든 개혁의 과실은 공기(空氣)와 같은 것이다. 개혁을 통해서 보다 투명
한 정부가 들어서고 보다 경쟁력 있는 경제가 회복된다면 이러한 혜택은 그 사
회의 구성원 누구에게나 돌아가게 된다. 만일 우리대학이 획기적인 개혁을 이룩
한다면 그 혜택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모두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모두들 누군가가 그 개혁을 추진해 주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자신의 귀중
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개혁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개혁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만 하면 그 혜택은 공짜로 돌아오
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김영삼 정부의 실패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서는 개혁 주체세력의 확보와 개혁연합의 유지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개혁주체 세력의 문제는 바로 두 번째의 딜레마(개혁주체와 객체의 문
제)와 연결된다. 개혁을 위해서 개혁세력의 형성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유감스
럽게도 개혁의 주체는 때로 개혁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오늘날 정치권의 개혁과 재벌개혁의 당위성은 지난하지만 결국 이를 추진하고
집행할 수 있는 세력은 상당 부분 기성정치인이고 기성경제인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부분적으로 새로운 세력과의 개혁연합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딜레마는 결국 개혁작업에 있어서의 양면전의 딜레마로 발전한다. 즉 성
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한편으로 개혁에 저항하는 반개혁 세력에 대한 설득과
개혁에의 동참을 위한 압박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개혁주체세력을 유지하고 이
들의 내적인 통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개혁작업은 내부와 외부의 양면전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짧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개혁에 개재(介在)되기 마련인 세 가지의 딜레마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때에 우리의 개혁은 성공하고 우리는 과거로
부터 교훈을 얻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

장훈 <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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