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수에서 뒤진다고 선배가 죽습니까? 대학에선 짬밥수가 우선입니다"

얼마전 신입생 간담회에서이다.

대여섯명의 신입생당 한명꼴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선배들이 수적으로 열세함을 만회하려는 듯 다소 강한 어조로 '선배'의 위치를 내세운다.

"여기가 군댑니까? 짬밥수 따지게요."

한 신입생의 장난스런 대꾸에 이어 여기저기서 신입생들의 웃음과 함께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어느 놈이야? 지금 선배한테 말대꾸 한 사람"

순간 간담회장은 한기가 맴돈다.

"여기 4수한 사람 있어? 없지. 내가 재수했으니까 이제부터 말 놓는다. 야, 아까 군대 어쩌구한 놈 일어서"

간담회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순간, 다행히 동료들의 만류로 위기는 넘긴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저 선배, 웬 횡포야'라며 신입생들의 움츠려진 어깨가 쉽게 펴지지 못한다.

언짢은 기분에 친구와 일찍 간담회장을 나오려는데 신입생으로 보이는 듯한 여학생이 다가와 묻는다.

"저기, 언니 혹시 담배 피우세요?"

신입생이 담배불을 구하지 못해서 그러는구나 하는 생각에 담배를 피우는 옆친구에게,

"라이터나 성냥 있지, 불 좀 빌려주라" 했더니 신입생이 잠시 주저하며 하는 말이란,

"저, 언니 그게 아니구요, 디스 있으면 한 개피만 주세요"하는게 아닌가.

이어 덧붙여 하는 말이 과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갖가지 담배를 한 개피씩 구해오라고 했단다.

어이가 없어 말을 잃은 기자에게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저거 선배 맞아? 대학에서 학번만 높다고 선밴줄 아나?"

간담회장 안에서, 또 간담회장을 나오면서 겪은 '선배'란 이름으로 행해진 이 철없는 행동에 새삼 대학에서의 '선배'란 위치를 의심하게 된다.

말 그대로 대학의 학번만 높다면 거칠것이 없는 것인가?

적어도 대학사회에서 그 어떤 것도 다 초월한 듯한 '선배'라는 단어속에서 내재된 그 막강한 힘.

대학에서의 선배란 결코 입학년도가 우선순위가 아닌 후배에게 본보기로서의 귀감이 되어야 할 터.

'선배'란 자격은 상실한 채 먼저 입학했다는 이유로 선배라 불리기를 당연시 여기는 선배들, 진정 빈 껍데기 뿐인 것은 아닌지...

후배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껍데기는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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