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앙의 바다에는 심상치가 않습니다.

80년의 적잖은 나이를 든 중앙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 개인도, 어느 집단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인 중앙의 불행한 현실에
저는 실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작금에 들어 중앙의 바다에는 낮게 깔린 해무가 가라앉아 사리질 줄 모르
고 있으며, 흑석골이나 내혜올 모두가 북과 꽹과리 소리로 `배움의 장'이 아
닌, `선비의 장'이 아닌 `이기의 장'이 돼버렸습니다. 이는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급기야는 비싼 브라운관에 까지 광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
이 연일 중앙가족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아무 거리낌없이 담밖으로 띄워
보냅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싸움 중이야! 우리 아버지는 어떻고, 우리 어머
니는 어떻고, 우리 누이와 동생은 어떻고 하는 등 우리 스스로를 누워 침뱉
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들을 브라운관에, 새벽 지면에까지 홍보를 하는
개탄스러운 일이 자행됨에 한 솥밥을 먹는 가족의 한 일원으로 차마,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붉은 목젖
으로 감히 한마디 올립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풀어가선 안되는 줄로 압니다. 침묵하는 절대다수
의 부릅뜬 눈동자가 항상 우릴 지켜보고 있으며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서
는 자기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젠, 우리 모두 부끄러운 줄 압시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재단, 총장과 부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 전 교직원
들은 싫으나 좋으나 중앙의 한 배를 탔으므로 한 운명의 공동체입니다. 제
아무리 풍랑이 높고, 천둥번개가 심하더라도 우리 다함께 헤쳐나가면 어디든
못갈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승 먼저, 제자 먼저, 재단 먼저, 교직원 먼저, 동창회 먼저 서로서로 양
보하는 의혈의 한 배를 타고 한 목소리의 노를 저어갑시다.

중앙인 여러분.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니다. 부디, 우리 모든 중앙인은 중앙의 굳건
한 터 위에, 슬기로운 마음 하나의 선진중앙이 되어 다가오는 21세기의 드넓
은 바다를 다시 한번 힘차게 항해합시다.

오지열 <건설대학 교학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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