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열리는 민중문화제는 그 개최 의의를 이렇게 표현한다. '더 이상 대학에 낭만은 없으며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밖에 남지 않았다. 12년 동안 혹은 그 이상 힘든 생활을 이겨내며 어렵게 대학문을 들어선 이들은 그보다 훨씬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일찍부터 도서관을 드나들기 시작한다. 이제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 될 수 없고 고학력의 실업엘리트들을 양성해내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오던 이러한 문제의식들은 이번 민중문화제를 계기로 중앙대내에서 새롭게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는 지금까지 다른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여론이 조직화되지 못했다. 우선 여론을 주도해 나갈 주체가 조직되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의식들을 표출해 내기까지의 준비과정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민중문화제 한상중 준비위원장(정경대 정치외교학과 4)은 "청년실업문제는 충분히 이슈화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중앙대에서는 그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이를 고민하는 사람은 있었으나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보지는 못한 상태에서 80주년 축전을 통해 이를 돌출시킬 수 있는 계기로 민중문화제란 형식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대다수 학생들이 실업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9.7%가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응답을 했다. 또 가족 중에 정리해고로 인한 실직자가 있냐는 질문에 10%가 '있다'고 대답해 정부발표 실업률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실업을 8%가 체제유지의 위험수위로 내정을 한 상태이므로 실제로 학생들이 느끼는 실업난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에는 각 대학에서 실업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이 모여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학생특별위원회'를 결성하고 '고용안정 특별법' 등의 법제정을 위해 거리선전을 비롯한 운동들을 계속 벌여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언론에서도 청년실업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부분이 '대학생들의 세력화를 경계'하는 의도에서 서술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학생운동권의 운동방향이 실업문제로 변질되거나 귀착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문화일보 9월 24일자 사설)'는 식의 보도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는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중문화제 준비위측은 학생들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중앙대의 실업운동은 조직적`체계적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회적인 행사가 주를 이뤘고 지속적인 여론을 만들어가는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문제로는 청년실업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주체들 역시 각각의 정견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진보정당을 얘기하고 있는 국민승리21과 청년진보당이 각각의 청년실업운동본부를 구성해 서로의 정견에 따라 다른 활동들을 벌이고 있으면 이에 따라 세부적인 활동방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일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상중 준비위원장은 "실업운동은 일회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 지속성은 내용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로 담보되어 질 수 있는데 정견을 떠나 이를 위한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졸취업전문기관은 내년 초에는 대졸 미취업자의 수가 취업삼수생을 포함해 1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대표적인 33개의 대기업에서 하반기 신규고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고 공기업 역시 신규채용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졸미취업자의 수가 30%에 가까울 때가 있었으며 정부는 이들 대학생들의 강력한 요구로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는 등 신규고용을 창출한 기업에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굳이 이러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학인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청년실업자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일할 권리를 위해, 생존의 권리마저 잃어버린 민중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다.'는 준비위측의 말처럼 중앙대에서도 청년실업운동의 기틀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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