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석방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백여명에 이르는 양심수의 존재를 부정한 정부의 태도가 재야와 학생측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인권 단체와 대학에서는 이런 정부의 태도에 항의,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 임기란, 이하 민가협)도 이런 활동을 위해 조직된 단체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구속된 학생과 민주인사 등의 가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철폐 등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85년 12월 12일에 창립됐다.
민가협 사무실은 종로구 창신동 한 상가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찾아간 날이 마침 목요집회가 있는 날이어서 사무실엔 간사와 후원회 등 대여섯명의 사람들뿐이었다. 활동의 주를 이루는 가족들은 목요집회 준비를 위해 외부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민가협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목요집회는 93년부터 시작해 현재 2백9회째로 접어들고 있다. 집회내용은 양심수 문제와 국보법 철폐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룬다.

예전의 목요집회와는 달리 지난 집회부터는 하나의 주제 아래 집회가 진행됐다. "이번 주는 인권영화 '레드헌트'의 상영으로 구속된 서준식선생 석방을 위한 집회가 열린다. 퍼포먼스와 정부당국에 보내는 항의서한 낭독 등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27일에 열린 목요집회에 대한 손민아 간사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집회는 국제인권단체의 석방촉구 메시지 낭독, 보안법의 부당성을 표현한 퍼포먼스, 서준식씨로부터 온 편지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임의장은 "양심수란 개인이 아닌 대의, 노동운동과 농민·빈민운동 등 시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양심수에 대해 정의내렸다. 또한 임의장은 "수감중인 양심수중에는 대학생도 상당수 있다. 누구의 자식인가를 떠나서 그들은 모두 우리 자식이다. 자식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투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가협은 지금 9년 동안 계속해온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행사를 준비중이다. 손민아 간사는 "오는 23일에 있을 '시와 노래의 밤'은 양심수의 겨울나기와 이 문제를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다. 작년에 경찰력 동원과 정치적 여건 등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1만여명 정도가 참여하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며 이번 행사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랜동안의 노력에도 양심수 석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국보법 또한 철폐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나도 그들의 노력이 '양심수 전원석방'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그들의 오랜 의지와 노력이 우리나라 인권운동의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