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평론가들이 최근 비평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잇따라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들중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권성우, 방민호씨 등은 비평위기의 주요 원인을 문단내 분파주의와 상업성 비민주성에서 찾아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부는 문학평론지에 기고된 두 평론가들의 중심으로 비평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권성우씨는 이미 '포에티카(가을호)'에서 "비평은 분파주의를 조장하는 도구로, 상품미학의 전위부대로, 출판자본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라며 그 대표사례로 계간 '상상'의 편집위원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바 있다. 이 평론에서는 특히 편집인 진형준씨가 동인 이인화씨의 '인간의 길'을 극찬한 사실이라든가 이인화씨가 동인 김탁환씨의 소설을 지원사격 하는 행위를 매우 거북해하는 그의 시선이 잘 표현돼 있다. 바로 문단 내에 팽배해 있는 '동인 밀어주기'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서 '문학과 사회(겨울호)'를 살펴보면 권씨가 문학비평이라는 행위의 본질과 아울러 비평가가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세대 문학에 대한 비평가의 대화'라는 표제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권씨는, 이 잡지의 편집인이자 거물급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의 평론을 출판상업주의가 오도된 것이 아니냐며 통렬히 비판했다.

그가 문제시하는 작품은 문지가 신인공모전에서 발굴해 낸 신세대 작가 김설씨의 '게임오버'이다. 권씨는 대담의 형식을 빈 이 그을 통해 "김병익 선생의 주장대로 '게임오버'가 우리 사회의 어떤 환부를 비판하고 폭로하는 소설이라면 요즘 그렇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김설씨 작품에서 묘사된 사회비판적 부분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 사실 그 사회의 지배적인 문법에 순응하는 가짜 비판"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문지 자체가 엘리트주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소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당파성'에 기운 나머지 문학적 의미를 '침소봉대'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권씨는 문지출신 비평가이면서도 모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소장 비평가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비평문단에 대해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을 비교적 충실히 고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정한 당파성을 띤 해석공동체에 의해 작품들이 오도되는 폐해를 지적하는 데 있어서는 방민호씨도 뜻을 같이 한다. 이는 '창작과 비평(겨울호)'에 실린 '리얼리즘론의 비판적 재인식'을 통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방씨 역시 마찬가지로 창비의 편집인인 백낙청 교수를 공박하고 나선 것이다.

창비 가을호에 실린 '외딴 방이 묻는 것과 이룬 것'을 비롯 리얼리즘에 관한 백교수의 일련의 글들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백교수가 신경숙의 '외딴 방'을 매개로 비평가 스스로의 리얼리즘론을 개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백교수는 '묻는 것과 이룬 것'을 통해 '외딴 방'은 예술적 성취에 큰 몫을 한 작품이라 추켜세우면서도 작품 중 지역감정이나 노동문제가 결여된 부분에 대해 완곡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방씨는 '외딴 방'에서 신경숙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내향적 개인주의 및 미학적 형식주의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것이 이뤄낸 감동이나 문학적 성취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해석되는 오류는 경계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내일을 여는 작가(제10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난장이'를 보는 네 가지 시각'에 드러난 방씨의 견해는 리얼리즘론을 새롭게 모색해 보려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즉 꾸준히 회자되어 왔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의 한계를 반사실주의적·모더니즘적인 기법에서 찾는 것을 탈피해, 작가적 개성이 조화될 수 있는 새로운 리얼리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방씨가 '당대비평'에 기고한 '90년대 문학의 비판적 성찰과 새로운 문학의 모색'이나 박영근, 김형수, 이성욱, 방현석 등과 함께 토론한 '90년대 문학의 길 찾기'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젊은 비평가는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리얼리즘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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