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에서 음영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보화라는 것이 자본주의 생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고, 이 과정에서 인류공영의 자산으로 여겨지던 정보를 상품화 시켜 배타적으로 독점하였으며, 정보 통신기술의 혁명으로 이루어진 발전된 기술을 여론의 조작과 사회통제에 활용하는 모습이 강화되는 현실을 볼떄 그 `빛` 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영역으로 자리잡힐지는 사뭇 의심스러울 뿐이다.

정보 통신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례하여 가시기술이 동일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 주민카드의 도입과 관련한 문제뿐만 아니라 2천명을 고발하는 해프닝을 연출한 통신 프로그램 `이야기 7.3`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 통신기술은 그 자체로 가시와 통제의 기술을 내면화시킨채 소리 없이 생활영역 곳곳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어느덧 정보화 사회의 첨단기술은 인공위성을 통해 개개인의 위치를 식별(감시)할 뿐만 아니라, 전자주민카드와 같은 인간바코드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행적을 낱낱이 전자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통제하는 것으로 우리 앞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결국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어서야 정보화 사회가 우리 앞에 밝은 미래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사회의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침해받는 양상이 더욱 명백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없다면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활발해 지고 있다. 90년대 초반 PC통신 이용자들이 `바른 통신을 위한 모임`이라는 동호회를 결성한 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른바 진보적 동호회들이 각각의 신용통신망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PC통신 운동이라 할 수 있는 진보적 동호회건설의 움직임이 이 과정에서 싹을 틔어 나갔다. 이후 몇몇 사람들에 의해 상용 통신망에 대응하는 진보적 통신 네트워크 건설이 일어 났고, 호롱불 네트라는 풀뿌리 통신망의 건설이 시도되기는 했으나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의 상업통신망의 발달로 인해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정보 통신 운동단체와 진보적인 동호회들이 중심이 되어 `진보통신단체연대모임`을 결성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정보연대 SING과 같은 몇몇 단체들은 `Copyleft`라는 정보 공유사상에 기반해서 `통신`을 넘어선 `정보`의 개념을 제시하여 정보통신운동의 영역을 인터넷으로 확장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제기하는 정보 통신운동은 국가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검열과 통제에 맞선 통신공간의 민주화와 알권리, 알릴권리 알리지 않을 권리로 표현되는 정보기본권을 수호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중 국가와 자본의 부당한 감시와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아래와 같다고 할 것이다.

첫째, 안기부와 경찰의 공안전산망의 공개와 이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안기부와 경찰의 공안전산망은 국회는 물론이고 행정기관내에서도 전혀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 여기에 존재하는 개인정보에는 전체 국민의 게인 행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특별한 경우 특정 개인의 비밀파일이 존재하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공안전산망의 개인정보들은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하며, 범죄 조직과 연관된 이들 공무원에 의해 수시로 유출되어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안전산망의 존재 자체가 가져다주는 감시와 통제의 기능들이 사호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억압하는데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안기관에 의해 작성되는 개인정보와 공안망의 민주적 통제는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기본권 수호를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정보기술이 노동을 통제하는 기술로 활용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 지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주로 노동통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셋째로 `골든키 운동`이라 불리우는 암호의 공개키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현재 암호자재는 국가(주로 안기부 등의 정보기관)에 의해 완전 독점되어 있어 암호자재의 개발이 뒤쳐질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공간내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개인의 보위능력을 상실케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에 의한 암호독점 폐지와 공개키 방식의 암호정책의 도입으로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기술적 전제조건을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총파업 기간의 `총파업 통신 지원단` 활동은 대안매체로서 통신의 기능과 특성을 잘 보여 주었다. 또한 11월에 `국제노동미디어`라는 자본의 정보화에 맞선 노동운동진영의 대응의 계획들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하였고, 이를 통한 한국네트워크(Labor Net in Korea)건설이 신중히 논의되었다.

아직까지 큰 힘으로 작용하진 않지만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집단과 개인에 의해 상업화 된 정보통신공간을 넘어서서 자유롭게 의사를 교류하고 연대를 모색하는 공간이 형성되어지고 있음을 본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통제에 맞서기 위한 통신인들의 자발적인 노력들은 `전보통신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하기에 이르렀고,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정보통신 검열백서를 발간하는 등 초기의 자구적인 호라동을 넘어서 스스로를 조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리라`는 경구와 같이 정보화 사회의 희망은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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