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거북할 정도인 농구코트의 열기. 선수들 사이에선 한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중앙대의 청룡과 고려대의 호랑이가 벌이는 숨막히는 자존심 대결에서 경기 종반 직전 공중을 가르는 통쾌한 덩크슛이 터졌다.

백마처럼 달려들어 순식간에 공을 바스켓에 메다꽂은 장본인은 바로 이은호군(사회대 경제학과·4). 중앙대 농구팀의 대들보였던 그가 이제 청룡의 품을 벗어나 비상하려한다.

코트에서 보이는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외형과는 달리 이군은 수줍음 많은 평범한 졸업생이었다. "막상 졸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보다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떠나 섭섭하기만 하네요." 떠나는 순간까지 모교에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가 보다.

어린 시절. 그는 유난히 키가 컸던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공을 손에 잡았고 중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에 돌입했다. 특히 허재 선수를 존경했기에 같은 중앙대에 몸담게 된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다른 선수들도 그렇듯 중앙대 농구팀에 대단한 애착을 보인다. "다른 대학팀과는 달리 선후배 사이가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서로 격없이 지내죠. 친형제처럼 위해주고, 아껴주고" 그러다 보니 요즘은 뭘 좀 시켜도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농구부원들에게 정이 든 만큼 같은 학과 동기나 선후배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경기나 훈련으로 바쁜 와중에 학교 다니면서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못해 섭섭하다"는 그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미팅, 소개팅 한 번 못했다.

젊은이라면 운동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이군은 결코 후회 없는 4년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절망을 맛 볼 때도 '내 상황보다 더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생각하며 자신을 추스리는 이은호군. 유난히 매서운 올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그에게서는 흡사 비상하는 청룡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최보람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