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신의 삶의 터전이며 보금자리인 집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집이 누군가에 의해 부서지고 먹고 잘 것이 없어진다면 그것이 과연 단순히 슬픈 일일까.

지난 13일 찾아간 서울시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지구의 세입자 대책위원회(위원장:최병화)에서 만난 분들은 한결같이 막상 이런 일들을 당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아이들이 집에 있었는데, 조합원하고 용역원들이 와서 방에 있는 아이들의 뺨을 때리면서 밖으로 끌어내고 집을 부셨어" 성기옥 부위원장은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재개발이란 무엇인가. 헌집을 부수고 새집을 지어주는 아주 좋은 제도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좋은(?) 제도가 이루어지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까. 간단하다. 많은 이권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법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여기 있잖아." 철거당하는 집의 상황을 찍은 몇 장의 사진을 펼친다. "없는 사람한테는 법도 없다니까. 여기 봐. 우린 아직 명도 소송이 안된 상태라 이렇게 짐 들어내고 철거하는 것은 불법인데 여기 옆에 경찰은 지켜보면서 무전기나 치잖아. 뭐 그 윗사람들이야 벌써…"하며 말끝을 흐린다.

불법 강제 철거가 자행되는 이곳 도원동은 지난 95년 12월 30일 공사시행인가가 떨어져 조합을 설치하고 삼성물산에서 재개발공사를 하게 되었고 다원으로 이름이 바뀐 적준용역이 들어왔다. 감언이설로 설득 당한 조합원은 법적 절차인 명도소송도 행하지 않고 세입자들의 합법적인 가수용 시설설치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이 떠나가고 30여세대가 남아 계속 주거권 투쟁을 했다. 처음 주거연합소속으로 세입자 대책위원회를 설치하였으나 타협방법에 회의를 느낀 20여 세대는 좀더 강경한 자세로의 전환을 위해 전국철거민연합 소속의 철거 대책위원회(위원장:김범성)를 구성했다. 이렇게 두 방향으로 주거권 확보를 위해 타협하던 중에 철대위는 지난 8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골리앗을 세우고 마지막 투쟁을 결의했다.

지금 이곳에서는 갑작스런 침탈에 대비하여 골리앗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주민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지척에 보이는 용역원은 칼을 내보이며 위협까지 하고 있다. 신변보호 때문에 주민들은 함부로 골리앗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 김범성씨에게는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이로 인해 긴장감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알아. 여기 이러고 있으면 많은 사람 다칠 것이라는 거. 하지만 여기 사람들 보증금도 없이 월20에서 30만원으로 사는 사람도 있어. 형편이 이러하니 이사비용 받고 이사가보았자 또 다시 재개발 될 지역으로 가게 되잖아"하며 "근데 말야. 이사비용 받고 이사가서는 그곳이 재개발되더라도 7년이 지나지 않는 한 임대주택을 못 받아. 그러니 어디에도 우린 마음놓고 살수 없지. 그리고 일자리나 애들 학교도 다 여기여서 다른 곳에 정착하기도 힘들잖아"라며 김위원장은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들은 너무도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가진 자의 논리가 아닌 법의 이행을 말이다.

<우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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