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경제대공황이다."

자본의 세계화·신자유주의 전략에 의해 경제대공황이 찾아 들고 있다는 전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97년 7월 동남아 경제 위기는 타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번졌다. 이러한 확산 추세는 금융환경이 취약한 주변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해 중심부로 가까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대공황이 임박했다는 설명이 신빙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예견은 이미 지난해 말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이하 민노연)'에 의해 제기되었다. 한국경제위기와 세계자본의 흐름에 대해 민중적 관점에서 서술한 '경제대공황과 IMF 신탁통치(한울)'.

이 책은 타이와 인도네시아 등이 한국의 국가자본주의 모형을 추종함에 따라 초국적 자본이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경계를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경제대공황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노리는 것은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견제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시장규제 종식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IMF로 대변되는 자본의 금융개입은 시장제일주의. 신자유주의라는 탈을 쓴'(초국적)거대자본 우선주의'를 통해 시장진출을 꾀하며, 멕시코와 같이 IMF가 철수한 경우는 초국적 자본의 침투가 완수됐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재 위기의 통제자인 IMF는 통화긴축·고금리를 강제해 채무국 실무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 책에서는 맑스의 논지를 빌려 시장규제의 종언과 함께 자본주의의 모순, 즉 공황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진출(IMF의 금융개입)과 맞물려 불황의 확산을 동시에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IMF-미국-초국적 자본에 대해 반제국주의적 투쟁을 제시한다.또한 이 경우 재벌해체에 대한 고삐가 늦춰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잊어서는 안될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연대를 통해 미국의 공세에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연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국가적 차원을 강조한 나머지 동아 각국의 국가 독점자본주의 지속에 대한 경계는 간과한 측면이 엿보인다. 한국은 물론, 동아 경제의 구조적 모순인 국가독점자본에 대한 노동자·민중 차원의 동아시아 연대에 대한 조명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최근 발행된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한울)'에서 민노연은 민중운동 부분에 대해 부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경제대공황과…'와 마찬가지 의도로 프랑스 '르 몽드 디쁠로 마띠끄'지에 발표된 관련 글을 편역, 신자유주의가 공황을 부른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부를 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한 의의는 전작의 부족함을 채운 듯한 인상을 남기는 세계적인 민중저항의 흐름을 짚어줬다는 부분에 있다. 2부'세계민중의 저항 : 투쟁과 전략'에서 보여주는 미국, 영국,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실재했던 노동자들의 활동상을 통해 '경제대공황과…'에서 미진했던 동아시아 민중연대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서문에서 강조한 바에 의하면 이들은 독자들에 대한 선전선동을 위해 학술적인 논문보다는 실천적 글쓰기를 지향했음을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은 학술논문 뿐 아니라 기사, 평론 등 다양한 측면의 글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본질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본질에 접근은 했으되 여전히 실천지침에 있어서는 미완의 모습을 보인다. 멕시코의 사파티스타(Zapatistas)의 활동상 등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의 주장하는 연대에 대한, 동아시아 위기탈출과 동아상황에서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의 방법을 제기하는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부패하고 반동적이며 제국주의적인, 그러나 컴퓨터를 필수품으로 하여 생산력이 고도화된" 이면을 가진 신자유주의에 맞서 인간성의 옹호를 위한 시각을 담으려는 민노연의 다음 출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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