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중앙은 80년이라는 역사의 한고개에 올라섰다. 그 동안 많은 시련과 고난을 정의에 대한 믿음과 진리에 대한 경외로써 슬기롭게 헤쳐온 의혈중앙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이다.

출발선상의 맨 앞에서 중앙을 이끌어갈 이들이 바로 마흔아홉번째 주인공으로 정든 의혈동산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의 청년이 뛰어들어야할 사회는 6·25이래 최대 격변이라 할 정도의 정치·경제적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4년간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은 분명 대단한 자랑이자 보람이 아닐 수 없으나, 지금의 성취는 그리 높지 않은 작은 봉우리를 오른 것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사회진출이라는 태산준령에 경제위기상황이라는 험한 눈보라까지 헤쳐나가야만 한다.

유례없는 취업난과 경기침체를 앞에 두고 우리는 다시 새내기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지금의 혼란을 자초한 원인이 결국은 출발선에서 다짐했던 그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어버린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망각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달리 보아 위기의 문턱에 선 만큼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위기를 넘어섰을 때 그 장본인은 누구보다 성숙되어 있을 것이며, 또한 명예로운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사회현실이 어떤 지식인을 요청하고 있는지 지성인으로서의 소명을 바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갈고 닦은 진지한 삶의 자세를 바탕으로 삼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움의 자세, 삶의 자세에 있어서도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을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르트르(J.P.Sartre)가 말하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인간형'도 현실요청에 사명을 다하라는 뜻의 치열한 자세를 강조한다.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변화하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지혜가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늘 끊임없는 성실함과 깨끗한 인격배양의 덕목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졸업식이 사회로 진출하는 또 다른 입학식이라는 점에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자세가 뜻하는 바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깨닫게 해준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아직 멀다'는 탄식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열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구나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음을 상기한다면, 우리의 출발다짐은 남달라야 할 것이다. 중앙인이라면 극한 상황에서라도 열정을 잃지 않고 사회 위기 극복의 도화선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 한다.

우리의 해는 아직 중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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