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지금 야무지게 교육개혁을 일구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에서 사회당이 집권하자마자 알레그르 교육부 장관은 각급 학교에서 필요한 교원과 보조요원을 4만명씩이나 뽑았다. 또한 중앙 행정부처에 있는 4천명의 교육 공무원을 1천5백명으로 크게 줄였다.

뿐만이 아니다. 알레그르 장관은 사회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공화국의 가치관인 '관용과 연대'를 아우르기 위해 각급 학교의 초급과정에 '철학과목'을 설강했다. 이에 맞장구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따라서 사회적 통합의 얼개가 느슨해졌다고 여긴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각의에 상정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화국의 가치와 공중도덕 및 시민의식 등을 함양시키겠다는 취지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종전의 우리 교육 개혁은 출발부터 글렀다. 우리네 교육현장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내팽개치는 교육으로 일관해 왔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멀리해 왔다는 말이다. 이런 틀 안에서 실속 있는 교육개혁은 차기정부의 몫이다. 차기정부는 프랑스와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천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밑그림에 깔린 '송곳정신'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매무새를 엉망으로 말들어 왔던 이해집단의 '로비'를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개혁적 인사들이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교원의 대부분은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교육부와 사학재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육부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프랑스식으로 뜯어 고쳐서 교원중심의 현장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부는 예산을 분배하고 교육정책을 개발하는 '위원회'로 개편되어야 하며, 중앙과 지방을 포함한 교육관료들의 숫자를 크게 줄여야 한다. 특히 대학을 전담할 '대학청'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교육개혁의 흠집을 내고 발목 잡는 짓을 일삼아 왔던 대부분의 사학재단을 수술해야 한다. 족벌체제. 방만한 경영, 황제같이 군림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이사장 등 재벌과 엇비슷한 구조를 가진 사학재단의 전근대적 구조를 전방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깃털만 줍는 개혁은 안된다. 과거에 여러 차례에 걸쳐 경험했듯이, 교육부와 사학재단을 혁파하지 않으면 교육위기도 수그러들지 않을뿐더러 교육개혁은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고말 터이다.

끝으로 우리는 IMF 위기에서 배울 게 한가지가 있다. 80년초 미국도 IMF로부터 수혈 받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교육혁명이야말로 살길이다"라고 외쳤다. 어려운 나라살림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프랑스와 영국 등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국가재건이 교육혁명의 마무리에 있다고 판단하고 당차게 밀어부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챙길 것을 제대로 추스려야 한다. 교육개혁의 첫 단추를 '이번에만은' 제대로 끼워야 한다.

박영근 <문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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