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역사와 맥을 같이해 온 우리나라 대학신문은 시대마다 다른 적응력을 보여왔다. 60~70년대의 대학신문이 대학구성원들의 면면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면, 8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는 대학구성원들을 대변하고 선도하는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시기의 대학언론은 학내의 문제와 학교의 담장을 넘어선 현실사회를 첨예하게 분석하고, 기존 제도언론의 보수성을 지양하며 진보적인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90년대를 들어서면서 제기되었던 각종 'X세대'논쟁을 비롯하여 탈정치적인 사회적 흐름에 영향을 받고 대학신문 역시 대학의 담장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보다 학생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고자 하는 것이다.

현상적 접근에 그친 보도 기획

여기서 대학신문의 개성과 자유로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여지를 남긴다. 대학신문의 논조와 기획주제 선정에 있어 기존 제도언론이 갖고 있는 속성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보다 열린 시각과 변화된 사회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일단 인정한다. 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의 펜을 들어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학생대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읽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볼 때, 이 또한 탈정치성의 문제와 함께 검토해봐야 할 점이다. 특히 중대신문은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는 역사를 통해서 우리의 현대사를 같이 해왔다는 우리나라 대학신문의 맏형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이번 총평에서 이에 첫째, 시의적절한 기획주제가 선정되었는가 둘째, 한 학기의 전체적인 기획을 의도한 대로 담아내었는가라는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담론들과 입장들을 교차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전체적인 기획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학내문제를 중심으로 한 의혈구성원들의 단결을 이룰 수 있었던 기획들을 먼저 살펴보겠다. 이는 지난 1학기 의혈중앙을 뒤흔들었던 MC건립과정과 재단 퇴진운동의 진행으로 그동안 학내 구성원들의 분열됐던 모습들을 하나로 모으며 의혈중앙 구성원들의 새로운 비젼 제시를 위해 사설란을 통해 중대신문의 논지를 알려내려 노력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맞을 개교 8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학풍의 조성 및 어려운 경제 사정과 연관된 심각한 취업문제, 그리고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중심으로 우리대학이 명문으로서의 위상찾기를 위한 대안으로 1캠퍼스와 2캠퍼스간의 교류확대, 타대학의 예와 함께 한 교환학생제도, 학내의 전과제도에 대한 언급 그리고 학생회와 함께 24시간 도서관 개방문제 등 연구풍토의 정착에 대한 노력과 미래의 우리 대학에서 필요로 할 행정과 학제, 그리고 교수연구부문에 대한 특집기획을 다루고 있다. 이는 위기라는 현실위기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의혈중앙이 나아가야할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의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의도는 보다 비민주적인 학교의 제도적인 문제들을 관통하여 분석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기획주제의 선정에서부터 현상적인 문제들을 나타냄에만 그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기획과 필자선정의 다양화 시급

둘째로는 학술-문화기획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학술기획으로 '다시 그려보는 민중 청년사'와 '동아시아 시대의 도래', 그리고 '정보화 사회의 명암-감시와 처벌'이라는 주제로 기획했다. '다시 그려보는 민중 청년사'의 기획을 통해서 역사상 민중이 가지는 의미와 민중수탈의 역사, 그리고 지배층의 권력유지를 위한 노력을 그렸고, '동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통해서 우리와 우리의 주변 국가들의 정체성을 파악하여 미래를 대처하고자 했고 '정보화 사회의 명암-감시와 차별'을 통해서는 핫이슈로 부각된 기술에 지배되는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인 '컴퓨터 판옵티콘사회'와 '감시의 문제', 그리고 감시의 구체적 사례로서 '전자주민카드'를 해부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학술기획의 시의성에 있어서는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정국이라는 측면에서의 권력에 대한 역사적인 검토와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변동론의 분석이라는 측면에서의 권력에 의한 감시사회에 대한 검토, 그리고 동아시아의 시대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것을 제기한 기획의 의도는 잘 들어 맞았으며 각각의 학술기획의 사안이 '권력'에 대한 상세한 해부라는 측면에 있어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새롭게 떠오르는 사안은 아니지만 변화하는 권력에 대한 의미를 추적하고 밀도 높은 접근성을 통해서 권력에 대한 문제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나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문화기획으로서 '하위문화의 방황 그 한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를 가지고 '동성애', '락', '독립영화', '여성', '범생이-날라리'를 해부한다. '나쁜 영화'를 계기로 증폭된 하위문화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하위문화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갈등하는 담론의 장을 보여주어야 했다. 가령, 동성애 담론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담론의 대립적 입장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립적 입장들에 대한 제시나 논쟁이야 말로 이성애라는 중심가치와 동성애라는 주변부화된 가치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다양성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획과 필자 선정에 있어 한쪽으로 획일화되었지 않았나 하는 점이 아쉽다.

사회, 직접적인 담론조성 부재

셋째로는 사회-정치분야에서의 기획의도로서 특히 올해 이슈로 부각된 점인 '한총련'이 정말 대학생의 대표성을 가진 기구인가를 중심으로 학생운동의 위기의식과 변화와 혁신에 대한 필요서의 제기 그리고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물리는 공안정국의 파장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이는 사회면의 '국가보안법'의 진단과 '학생운동 위기 진단', '한총련 탈퇴논쟁' 만이 아니라 문화분야의 '공안한파-창조성, 실험성까지 파괴한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분야에서 기획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의도를 통해 그 동안의 한총련이 수행했던 학생운동의 방식을 학생운동 사상논쟁사를 통해 진단-평가하고 학생회의 변화를 추구하도록 선도했다라는 평가를 할 수 있으며, 더불어 대통령선거의 시기에 즈음하여 기획된 각 후보진영에 보낸 각 분야에 대한 정책질의면을 통해서 젊은이들이 '탈정치화' 성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시도한 바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탈정치화로 치닫는 현실변화와 학생운동의 변모가 왜 일어나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재함으로 인해 기획의도는 다양한 시사적 주제를 통해 드러났지만, 정작 기획방향과 목적은 상실하였고 제도언론에서 이미 거론되었던 내용 이상의 심층적이고 직접적인 담론조성이 부재한 점이 아쉽다.

지역, 환경문제 접근 요구

마지만으로 지역문제를 중심으로 기획 의도를 알아보려 한다. 지역문제는 특히 안성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소식과 함께 대학촌의 문제, 외국 대학과의 대학생활 비교, 그리고 두르러지게 지역문제를 다루고 있고 캠퍼스가 위치한 '우리지역 문화유산답사기'의 경우 한 호도 빠지지 않으면서 지역에 소재한 문화유산(안성 마애여래 입상, 동작구 사육신묘, 안성 청룡사, 국립묘지 등)을 골고루 소개하여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잇는 여유와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 등을 높여주었다. 또한 '캠퍼스 사람들'이라는 고정란을 통해서 학생대중이 학교생활에서 마주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문제를 다룸에 있어 동작구, 더 좁게는 흑석동 내에 산적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접근이 약하였다. 가령, 학교앞에 서점이 줄고 유흥가로 전락하는 현실진단이 필요하며 대학가의 개성이 상실되고 독특한 문화가 없다는 점에 대한 보다 날카로운 대학신문의 진단과 자정노력을 촉구할 것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에 중대신문은 동작구청과 흑석동 관리책임공무원에게 환경개선의 현안들을 강력히 제기할 필요성이 있었다.

여론형성 장 넓혀야

결론적으로 학내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하게 담아내고 대변하는 '대변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는가라는 문제를 살펴보면 우선 첫째, 재단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학내구성원들의 참여라는 문제를 보다 심도 깊은 기획을 통해 담아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내문제에 대한 입장에서 다양한 특집의 구성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인 의식조사라는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서 학내문제와 학생운동에 대한 비율을 양적으로나마 조정을 했으며 좋았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중대신문이 과거와는 다리 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의 대안제시와 여론의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전체적 지면에서 기획 의도를 관철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많은 지면을 확보하여 구성원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장을 확보하고 구성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제 50년이라는 중대신문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재영 신문학 석사3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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