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김영삼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는 것 같다. IMF(국제통화기금)와의 자금지원 협상에서 최소한의 요구 사항도 관철시키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에 국민들은 한숨만 쉴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의 해결방법으로 정부나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다. 정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반성보다는 막판 득표활동에 여념이 없다.

나라의 경제가 파산직전에서 급기야는 IMF통치하의 경제 식민지의 상황에 처했어도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정치권이다. 날마다 기업이 부도로 쓰러져도 정부는 당당하다. '아끼고, 저축해야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궁색한 논리로 국민들의 허리띠를 졸라 메고 잇는 것이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외쳤던 김영삼 정권의 평가는 이미 결론이 났다. 집권 여당도 이러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를 치료하는 주체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대대적인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무정부상태에서 외국자본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생은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IMF와 정부의 합의내용에서도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과 생활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근로자 파견법 조기 제정'과 '계약제 고용에 대한 제한 완화'등이 합의내용에 포함된 것은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기본적인 협상능력 마저 갖추지 못한 무능력을 드러냈고, 여전히 국민 여론을 정책반영에서 소외시킨 것이다. 혼탁한 저질 공격이 만연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판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정책대결을 통한 각 당의 선거운동은 부수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언론도 이에 동조해 선거판을 감정싸움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에게 경제위기는 '정권쟁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가 소중한 것이다. 위기 상황을 국민의 부담으로 돌리는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오는 18일, 대통령 선거일은 '국민심판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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