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의 97년을 되돌아보면, '변하지 않으면 퇴보다'라는 위기 의식이 학내 사건들을 통해 분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중앙대는 97년 한 해 동안 드러난 문제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가야 하는 막중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종훈 총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중앙대의 97년은 메디컬센터(MC) 착공 연기로 시작된 학내 사태가 재단 퇴진요구로 확대되는 등 최악의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더 이상의 추락은 없다'라고 할 정도의 위기상황이었다. 2학기에 접어들며 학내 사태가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며, 교육개혁의 진전과 각종 평가에서 얻은 좋은 결과는 학내 분위기 전환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종훈 사단 '출범'

'신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 연구 중심·특성화·개혁·세계화 대학을 건설하겠다'고 표명한 제10대 이종훈 총장은 취임 초에 새로운 교무위원구성과 지난 9월에는 개교 이래 최대의 직원 인사이동을 단행해 침체된 대학의 행정구조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했다.

그러나 부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 일부가 학교당국 내부의 갈등 문제로 교체되는 등 대학 운영상의 문제들을 드러냈다. 과감한 인사이동으로 인해 정체된 직원인사가 숨통이 트이기도 했으나, 업무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는 등 인사이동의 치밀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례로 공간문제가 심각한 1캠퍼스의 경우, 시설문제를 담당하던 기획실 업무담당이 공석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MC 문제로 학교가 위기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교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새로 출범한 이종훈 총장은 'MC 착공 무산시, 사퇴'를 결의하는 등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 자세를 취했으나, 대학본부는 대학의 위기상황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일정정도의 한계성을 노출하였다. 중재자도, 갈등 대상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의 방관자적인 자세보다는 강력한 정책추진의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이 부재한다고 할 수 있다.

MC, 대학을 흔들다

MC건설 문제는 중앙대의 총체적인 위기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다. 지난 3월 MC착공 연기로 시작된 학내사태는 재단에 대한 누적된 불신의 폭발이었다. 학생회의 '재단퇴진이 학교발전의 대안이다'라는 문제해결 방식도 문제였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책임은 재단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MC건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의 미비 뿐만 아니라, 학생회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착공연기에 대한 반발시 적극적인 대화자세로 조기에 착공연기에 대한 중앙인의 이해와 합의에 도출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문제 해결 태도는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일으켰다. 이사장이 건설을 약속하고, 상임이사와 사무처장이 경질되어도 학내 소요가 가라앉지 않은 것은 투자가 없는 재단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운영에 있어 재단의 탄력성 부족이 문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현재 부속고등학교에 철거공사가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한 상태지만 아직도 학내 구성원들이 MC 건설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보이는 것은 재단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MC건설본부가 현재로서는 건설 계획이 원활히 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 계획이다. 시공 회사를 결정한 후에 자금문제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건설본부측의 주장은 타당성은 있지만, 건설 자금을 비롯해 건설 이후 리스나 차관의 상환문제는 또 다른 학교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재단과 건설본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돌파구는 '개혁'이다

정보화 랭킹 평가 '4위', 교육개혁 정보화 우수대학 선정 등은 침체된 학내 분위기 쇄신에 어떠한 처방보다 효과적인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돈을 많이 들이는 것보다는 내실있는 교육개혁이 중앙대의 상황에서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통한 이 같은 성과는 분명히 학교당국의 개혁 성과로서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의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전과가 실시되고 있으며, 얼마전 최소전공 학점인정제를 바탕으로 하는 복수전공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시행초기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정착되기 까지는 많은 과도기적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교육개혁이 교과과정에 대한 개혁이었다면, 앞으로는 연구 중심의 개혁이 맞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들이 이기적인 자세로 인해 개혁이 뒤로 물러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교수의 뛰어난 연구업적에 있다. 교육과 연구에 대한 개혁이 병행될 때, 중앙대는 발전의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개교 80주년, 도약이다.

중앙대가 개교 80주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보다 특성화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당국의 발전전략과 단과 대학이나 학과(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맞물려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장단기 발전계획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들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 1캠퍼스의 경우 대학극장 재개발과 아트센터 건립 등은 관련학과의 발전 전략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것들이었다. 1캠퍼스의 경우 기본적인 공간의 미비로 축소되거나 사장되는 발전계획들이 많다. 2캠퍼스의 경우는 보다 특성화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산학연구단지의 추진을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하겠다. 이 뿐만이 아니라 '종합예술분야'의 특성화라는 중앙대의 고유한 이미지를 살릴 수도 있는 계획들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종훈 총장을 비롯한 학교당국은 취임 초기 발표한 공약들의 추진과 대학의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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