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질문은 우리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들을 향한 것이다. 이러한 자문(自問)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중앙인은 몇이나 될까 헤아려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국내 유일의 종합 예술대학임을 자랑하고 민족문화발전의 기수임을 자처하는 중앙대학교에 박물관이 과연 존재하는가.

오늘날의 박물관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대중의 일상과 함께 움직이는 곳으로 정의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능과 사명을 부여받고 있기도 하다. 문화창달의 기수인 대학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대학교에도 박물관이 있다. 안성캠퍼스 중앙도서관 건물에 자리잡고 있으며 토기, 도자기, 금속류, 옥석류, 목죽류, 피혁지류, 고대의상 등을 소장하고 있다. 1954년에 개관되어 고려대 (1934)나 이화여대(1935) 그리고 서울대(1940)와 함께 한국 박물관의 1세대를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대학박물관의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대학의 박물관은 자료수집, 전시활동, 박물관교육, 소장품관리 등 기본적 활동상황에서 그 존재를 의심케 한다. 조명이 취약한 전시실과 곰팡이 향기로 가득찬 우리의 박물관은 다이나믹하게 전개되는 박물관 문화의 현실에 너무나 무심한 채 유물 등의 역사와 함께 잠들어 있다.

대표적인 대학박물관을 보면 10만점이상의 유물 및 자료를 소장하는 대학은 연세박물관(143,360)이고 5만점 이상의 대학은 고려대(약 95,000), 이화여대(약 55,000)이며, 1만점 이상의 대학은 국민대(12,107), 동아대(21,792), 부산대(17,002), 성균관대(11,210), 영남대(12,317), 전북대(12,000) 등이 있다. 서울대는 보물 3점을 포함한 6천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천 점에도 못이르는 9백 36점으로 자료수집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대학의 박물관이 지닌 교육의 기능에 대해서 언급할 때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역사와 유물 그리고 고미술품에 대한 강연이나 학술행사는 전무한 형편이다. 이러한 행사의 배경인 유물 및 미술품 전시활동에 대한 질문에도 유구무언이다.

누구나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예견한다. 문화의 세기에 각국은 밀레니엄을 위한 전략과 대외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들과 장대한 자본들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그에 맞는 문화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초에는 서울 용산에 새로운 국립중앙 박물관이 기공식을 갖고 200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또한 91년에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대한 개정안이 이미 마련되었고 국공립박물관과 사립박물관 그리고 대학박물관을 총괄하는 체제를 제도화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문화세기를 대비하는 현실에서 민족과 대학문화의 창달을 위한 우리의 박물관을 살리는데 전 중앙인들의 관심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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