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퀴어영화제에 이은 인간을 위한 영화제가 노동영화제로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지구촌에서 자행되고 있는 야만적 노동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제1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는 노동과 미디어의 바람직한 접목을 시도하는 '서울 국제노동미디어 97' 대회의 부대행사로 마련되었으며 오늘(10일)부터 사흘동안 연세대 상경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영국, 캐나다 등 9개국 총 18편의 작품들이 비디오로 소개될 이번 영화제는 노동자 뉴스제작단, 미디어 오늘, 지식인 연대, 정보연대 SING등 20여개 관련단체가 주관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국내외 6개 단체가 후원한다.

비록 이번 영화제가 필름이 아닌 비디오 상영이라는 점에서 영화제로서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권영화제처럼 일체의 심의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할 권리와 인권을 짓밟는 야만의 노동현장을 고발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중 '로저와 나'(미국/마이클 무어, 1989)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지만 '로저와 나'의 경우 편법으로 유통됐음을 고려한다면 '로저와 나'조차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는 처음 소개되는 셈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명멸하는 불빛'(영국/켄로치, 1996), '모타운 투쟁의 날'(캐나다, 줄리어스 피셔, 1996), '아웃 앳 워크'(미국/켈리 앤더슨, 1997) 등을 들수 있고 '해고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영화 3편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노동조합 결성 등 노동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싸움을 통해 기업과 정부의 탄압을 고발하는 '해고자'외에도 지난해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거해 일어난 총파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비디오 '총파업투쟁속보 2'도 상영된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영화운동의 결정체라 불리우며 노동자의 정체성과 노동운동의 전형을 제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파업전야'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는 '극제 노동자 영상운동의 현상황과 임무'를 주제로 일본 '비디오프레스'의 아키라 마스바라와 미국 '레이버넷'의 설립자인 스티브 젤처를 비롯 각국 독립영화인들이 내한해 토론을 벌일 에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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